그려려니 하고 살자.

딸애는, 새로 이사한 동네가 아주 마음에 드나 보다.
새집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른 새벽에 째깍 눈이 떠 지고 몸도 가뿐하다고 하면서
한강공원이 코앞이니 같이 산책하러 나가자고 매일 성화다.
그런데 나는 일주일이 다 되도록 집 밖이 낯설어 아직 남의 동네에 온 손님같이 지내고 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줄 알지만
나이 듦에 따라 새로운 것을 쉬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나 좁은 소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틀을 깨자.

 

@가을향기

그러려니 하고 살자 / 손영호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어디있으리.
난들 누구 마음에 그리 꼭 맞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내 귀에 들리는 말들 어찌 다 좋게만 들리랴?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리리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세상이 어찌 내 마음을 꼭 맞추어 주랴?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런 거려니 하고 살자.

사노라면 다정했던 사람 멀어져갈 수도 있지 않으랴?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자.

무엇인가 안되는 일 있어도 실망하지 말자.
잘되는 일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더불어 사는 것이 좋지만,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도 사람을 피하신 적도 있으셨다.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쓰고 아파하지 말자.
세상은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자.

누가 비난했다고 분노하거나 서운해 하지 말자.
부족한데도 격려하고 세워주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냈다고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말자.
인생은 결국 가는 것.
무엇이 영원한 것이 있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컴컴한 비오는 가을 날씨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며 살자.
더러는 좋은 햇살 보여 줄 때가 있지 않던가?
그러려니 하고 살자.

그래, 우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