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능선에 서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

저 아랫녘에 눈이 오면 덕유산에 가자고 H와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겨울의 시작..

그렇게나 많이 내리던 눈이 올해는 인색하네.

그러다 드뎌 눈이 내렸다. 아니 지금도 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약속을 잡았다.

 

 

 

덕유산아래 도착하니 날씨가 곰탕이다.

 

괜찮아, 괜찮아.

상고대만 볼 수 있으면 곰탕인 날씨도 용서가 된다.^^

 

산행전 H가 만들어 온 굴라쉬로 허기를 채웠다.

 

아주 맛이 좋아 양이 많은데도 주는대로 다 먹었다.

나이가 드니, 느는 몸무게만큼 식탐도 늘어 걱정이다.

 

몸도 마음도 점점 비워야 하는 나이이건만…

 

 

 

산행은 무슨, 우리체력에 맞춰 가야해~.

 

설천봉까지 곤도라를 이용하니

저질체력의 두 여인네에겐 가성비 좋은 산행이다.

 

설천봉에 오르니 땅아래와는 다른풍경이 눈을 매혹한다.

 

아, 역시 덕유산이야.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않이 좋다.

흡족한 상고대는 아닐지언정

하얀세상은 두 여인의 마음을 달뜨게하기 충분했다.

 

이 멋진 풍경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며 애꿎은 휴대폰카메라만 구박 받는다.^^

그래도 휴대폰 카메라가 열일했다.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버너를 켜고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

싸온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우리는 H표 뱅쇼 한 잔과 파리바게뜨표 빵으로 속을 달랬다.

알콜분해가 서툰 나의 몸은 뱅쇼 한 잔에 기분이 업된다.

 

시끌대는 대피소를 나와 조금 더 걷다 하산을 하기로.

 

 

 

우리가 일찍 올라온 덕에 하산길에서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덕유산이다.

다음에 올 땐 더 근사한 날씨로 만나자 약속하고

덕유산의 하얀능선과 안녕을 했다.

 

- 2022.12.27 덕유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