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오른 사패산..

 

산 친구 H 에게서 전화가 왔다.

 

-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나 봐. 영 소식도 없네.

- 설마~ ㅎ 잘 지내지?

- 오랜만에 산에 가자. 아니 산뽀.

 

갑작스레 모일 모시 모처에서 만나자는 연락으로 번개 산행을 하게 됐다.

산 친구 6명 중 3명만 가기로 했으니 50% 참석한 셈이다.

 

 

 

 

산은 벌써 여름 색을 덜어내고 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영락없는 가을 날씨다.

 

오랜만의 만남이라도 그간의 쌓아놓은 정이 있어 그런가? 어제 만난 듯 화기애애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얼마 오르지 않아, 숨 고르기 하자며 잠시 쉬는데

S가 내 카메라를 만지작만지작 하더니 우리에게 들이댄다.

 

- 아우 깜짝이야. 야야 찍지 마~! 

 

집에 와 보니 몇 장 찍지 않은 인물사진인데 초점이 나갔다.

 

나이 들면 선명한 사진은 별로야~.

이러니 주름도 안보이잖아. 하며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ㅋ

 

 

    

 

    

 

 

주말이라도 인지도 낮은 탓인가? 사람이 별로 없어 좋다.

근교 다른 산에 비해 등산객이 적은 산이라 한다.

 

꽃보다 사람이라 하면서도 눈은 자꾸 산길에 무심히 핀 꽃에 머문다.

 

- 그래 너희들이 있어 발길이 가볍다!

 

 

     

 

 

    

 

 

설렁설렁 오르다 보니 벌써 정상이다.

오를 땐 등산객이 별로 없더니 못 보던 정상석도 있고,

그 앞에서 인증샷 찍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정상 부근 바위 옆에 핀 구절초가 내 눈길을 잡아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던가.

그늘을 찾아 H의 김밥, S의 빵, K의 과일로 성찬을 즐긴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제 쉼을 털어내고 하산을 서두른다.

 

- 어머 어머... 철없는 얘를 어쩜 좋아.

- 정말 철없는 녀석일세~

 

이 가을에 진달래가 수줍게 피고 있다.^^

 

 

    

 

 

꽃을 파는 카페를 운영하는 H가 떨어진 솔방울을 주워 달란다.

뭐 하려 하냐 물어보니 백일홍을 만들 거라고.

반신반의하며 S가 열심히 줍는다.

 

나중에 카톡으로 보내온 솔방울로 만든 백일홍 리스...

솔방울 윗부분을 제거하고 물감으로 색을 입혀 멋진 백일홍이 피어났다.

 

아아, 그녀의 손재주가 좋은 건 익히 알았지만

H의 작품에 반하게 된다.

 

- 솔방울 더 주워줄게. 나도 만들어 줘~

- 나도 나도..

- 그래 그래..

 

 

 

 

산길에 소담스레 피었던 구절초의 향기가

오늘 친구들과의 추억에 가득하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또 가자는 약속을 하고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