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하얀 능선에 서다.

 

ㅇ장 소 : 태백산(1,566.7m)
ㅇ일 자 : 2008.1.12(토)
ㅇ소 재 : 강원 태백시, 경북 봉화군
ㅇ날 씨 : 흐리고 눈..
ㅇ인 원 : 엄청 많이
ㅇ코 스 : 금천리 - 문수봉 - 부쇠봉 - 천제단 -장군봉 - 망경사 - 반재 - 당골(5시간 소요)

 

설레임..
태백산 산행을 계획하고..
눈(雪)이 오기를 눈(目)이 빠지게 기다리니..
이틀 전 부터 들려오는 영동지방의 눈소식.
설원의 태백산 모습을 그리며 설레임으로 산행일을 기다린다.

간단한 점심준비를 챙기고,
혹여 빠진 것이 없나 다시 한 번 점검한 뒤에 어스름한 새벽길을 나선다.
산악회 버스가 15분 정도가 지나서야 도착.
명단 파악 후, 자리에 오르니 바로 태백산을 향해 출발한다.

출발..
설악산 입산통제 소식때문일까
영동고속도로는 예상보다 막히지 않아, 지체의 구간없이 씽씽 달려간다.
강원도 지역으로 들어서면서부터 밖의 풍경은 황홀..그 자체다.
눈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마냥..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전날 잠을 설친 탓에..좀 자둬야 하는데도 말이다.
국도로 접어드니 도로사정이 말이 아니다.
엉금엉금...예정시간보다 1시간이나 지난후에서야 들머리인 금천리에 도착한다.

 

산행 시작..
이쪽 코스로는 처음 왔는데,
들머리 초입에 소나무와 낙엽송 등 침엽수가
키자랑을 하고 있어서 꼭 숲길을 걷는 기분이다.
자작나무도 눈에 띈다.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그 위에 글을 쓰려했던
기억이 난다.^^*

앞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을 좇아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발등까지 빠지는 눈길에도 아랑곳 않고 마냥 좋다.
전에 관악산을 오를 때 밟히던 눈은 뽀드득 거리며
산뜻한 소리를 낸 것에 비해..
태백산 자락의 눈은 많은 적설량 때문인지
뽀드득대는 소리도 깊이가 있는 것 같다.

높이 높이..
산등성을 향할수록 눈은 더 하얗고, 푹푹 발이 빠진다.
스틱을 발 옆으로 찔러 넣으니 30여센티미터는 푹 들어간다.

가파른 경사면인 좁다란 산길에 자꾸 발이 미끄러지니,
넘어지기라도 하면 저 밑바닥까지 내동댕이 쳐 질텐데..하는 생각에 정신이 발끝에 모아진다.

雪花..
나뭇가지마다 설화가 핀 모습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에 핀 설화의 모습이 사슴뿔 같다는 둥,
제일 굵은넘으로 하나 가져가야 한다는 둥..일행의 너스레를 들으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문수봉 도착..
그렇게 2시간 남짓 산을 오르니, 드디어 문수봉에 도착.
예쁘장한 돌탑이 봉긋하게 있고, 문수봉이라는 나무표식이 있다.
한켠엔 늦은 점심을 먹는 사람도 있고,
돌탑앞엔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틈바구니에서 나도 찰칵찰칵!
 

그러고 보니, 시간은 벌써 두시반을 훌쩍 넘었다
 길 옆의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혀로 핥아
갈증을 달래고
산행 틈틈이 고구마와 포도즙등을 챙겨 먹어서
그런가 아직 배는 안 고픈데
점심을 먹긴 해야하겠고..
천제단까지 가려면 시간도 빠듯하고..
일단 가는데 까지 가 보자는 맘으로 서둘러
천제단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천제단을 향해...
 문수봉에서 천제단까지는 3Km라는데..
눈길이라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겠다.

 

20여분 왔을까? 당골과 천제단의 갈림길에서 산악회 운영진들이 기다리며 안내를 한다.
천제단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하고, 힘들면 일차 탈출로의 우측으로 바로 하산하라고..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 그냥 갈 수 없잖은가?
우리들은 천제단을 향해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을 옮기기로 하니
마음이 급한 탓인지 발을 헛딛어 쭈루룩~미끌어 진다.
그런데 앗! SBS방송 카메라가 들이대고 있네..ㅡ.ㅡ;
(1월 운세에 대대적인 망신살은 없었는데, 방송이 안되길...^^)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이정표도 없고 갈림길이다.
발자국이 많은 쪽을 택해 왼쪽길로 접어드니..그 길은 부쇠봉을 거쳐 천제단을 오르는 우회길이었다.
시간은 빠듯해도, 요소요소 다 들려서 눈에 하얀능선을 담다보니 천제단이라는 표식이 있다.
잠시 숨고름을 하고, 다시 태백산 주봉인 장군봉을 향해 바지런을 떤다.


장군봉..
드디어..정상 도착!
넓은 장군봉 정상에 제를 지내는 단과, 태백산 정상석이 우뚝 서있다.
시간을 보니 4시가 거의 다 되었다.
아무리 급해도 속을 채워줘야 할 것 같다.
다행이 그 유명한 칼바람이 없어 덜 춥지만, 손끝이 시린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밥맛이 꿀맛이다.
게 눈 감추듯 먹거리 해결을 보고 태백산 정상석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기고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길..
당골로 내려오는 길은 넓어서 눈썰매 타기 안성마춤이다.
사람들은 비료포대와 돗자리를 꺼내들고 눈썰매 타기에
여념이 없다.
나보고도 눈썰매 타라는 일행의 권유에
난 뛰는게 더 좋다고 사양을 하곤,
아이젠을 하고 냅다 뛰어 내려갔다.
요즘 틈나면 산을 올랐더니 체력이 좋아졌나보다.
지치질 않는것을 보니...^^

거의 6시가 다 되어서 당골주차장에 도착.
산악회에서 준비한 식사를 맛있게 먹고,
먼저 출발한다는 차편으로 귀경길에 오른다.

하루 종일..
설경을 즐긴 산행이었는데도..많이 아쉬운 하루다.

시간적이 여유가 있었다면,
멋진 풍경을 더 많이 담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