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아찔한 산행

 

ㅇ장 소 : 북한산(836.5m)
ㅇ일 자 : 2007.9.15(토)
ㅇ소 재 : 서울시, 경기도 의정부시, 고양시, 양주군
ㅇ날 씨 : 흐리고 가끔 비
ㅇ인 원 : 4명
ㅇ코스 구간별 시간 :효자비-사기막골-깔딱고개-밤골능선-숨은벽우회-약수터-호랑이굴-백운대-위문-대동사-산성매표소

 

아쉬움..

오랫만에 성문종주를 하나보다..며 잔뜩 기대를 하는데..

금요일,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급기야는 여름장맛철 못잖은 장대비가 내리 꽂힌다.

제인님과 통화하면서 아무래도 취소를 해야겠다고 결정을 보고는, 문자로 취소됨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론, 내일 장대비만 안 오면 혼자라도 다녀오리라...다짐을.^^*

 

진헝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가랑비가 얼마나 반갑던지..급한 마음에 문자를 돌린다.

"진행합니다" (난, 분명 이렇게 보냈는데 왜 그렇게 갔나 몰라~)로.

아무도 대답이 없다.

다시 "10시까지 같은장소에서 봐요" 그제서야 다들 오케이 대답들이 온다.

촉박한 시간탓에 대충 짐을 꾸리고, 식구들의 아침을 챙겨놓고 집을 나선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비가 그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설레임..

아직도 가려면 멀었는데, 로저님은 벌써 도착을 해서 기다리고 있단다.

역시, 딸린식구가 없으니 제일 먼저 도착이다.

제인님께 전화하니 아직 집, 화장중이란다. 비고님은 남양역을 지나고 있다길레 잘됐다 싶었다.

종로3가 환승역에서 만나, 내 짐을 넣어주며 베낭이 묵직해야 뽀대 나잖냐고 너스레를 떠니,

뽀대 난다는 말에 넘어갔나보다. 싫다고 안하는것을 보니. ^^*

실없는 얘기 몇마디 나누다 보니 구파발역..그런데, 만남의 장소엔 아무도 없다.

뭐야~~분명 같은장소라 했잖냐고요. 비고님의 구박을 받으며 밖에 나가보니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는 두 사람.

그러데...제인님은 사복(?)이다. 아아...내 농담(비오면 평지에서 놀자던)을 진담으로 들었나보다.

우중산행이 얼마나 좋은지..모르시나? 암튼, 벅벅 우겨 산책코스로 안내할테니 산에 가자고 꼬드기니..

할 수 없는지 체념상태로 효자비쪽으로 차를 몰아 주차를 한다.

 

산행 시작..

효자비쪽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우리팀 말고도 산악회에서 온 듯한 일행이 눈인사들을 하고 있다.

오붓한 산행을 즐기고픈 마음에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뒷산을 오르는 듯한 이 코스는, 삼년전인가? 염초봉 오르기 위해 오르내리던 기억이 나서 그런가 더 반갑다.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만난 듯이...^^

 

식사..

호젓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위험구간 표지판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염초봉과 숨은벽우회코스의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염초봉을 거쳐 백운대로 오르는 코스(삼년전에 갔던 곳으로 자일이 필요하다)로 스릴을 한껏 느낄 수 있지만,

모든면에 초보인 우리일행은 좌측 우회도록로 진행을 하기로 하니..비가 많이 내린탓에 물소리가 시원하게 우릴 맞는다.

계곳을 타고 오르다 보니, 쉬지 않음 안될 장소가 있지 않은가?

아무데서나 밥을 먹을 수 없는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당연, 자리가 우리의 쉴 곳을 종용하는 것 같았다.

계곡물을 떠 와서 라면물을 끓는동안, 비고님 각시가 준비해 준 옥수수를 반씩 잘라 줘 먹으며

우리 모두는 연신 한 입으로 두가지 일(먹는것과 동시에 말하는것)을 하느라 바쁘다.

김밥과 컵라면(다른이들은 육계장라면)으로 아침인지 점심인지를 해결을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니..

길이 모호해 져서..영 전에 왔던 코스에서 벗어난 느낌에 불안이 엄습해 온다.

더우기 자꾸 오른쪽 발 뒷꿈치가 욱신대니 신경이 영 쓰인다.

 

암릉지대..

제법 가파른 너덜길을 오르다 보니 맞은편에 커다란 암벽이 나타나니..그곳이 숨은벽이다.

우리일행은 "와~ 멋지다!" 란 감탄하며우회도로로 접어드니 그곳이 바위투성의 밤골능선으로 접어든다.

(지독한 안개때문에 숨은벽능선인지 헷갈린다)

안개에 덮여 있어도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어우러진 산세는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멋진 곳에서 사진을 빼 놓을 수 있을쏘냐...카메라를 퍽퍽 눌러댄다.

(안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가? 거의 생얼인 단점을 충분히 가려주니 말이다. ㅎㅎ)

그러게 룰루랄라 하며 오르다 보니 작은 약수터가 나온다.

비가 많이 온 탓에 목을 축이지 않고, 입안만 행궈내며 물맛을 보니..그런대로 괜찮다.

 

비고님한테 버림받은 우리들..

그러던 중, 홀로 산을 오르시던 어르신을 만난 비고님은 산에 대해 어짜고 저짜고 묻더니

그 분이 믿음직스러운지..첨엔 우리가 힘들면 업고라도 간다고 하던 양반이,

우리 일행은 나몰라라 내팽계치고 열심히 그 어르신을 따라 오르지 않던가? 이런! 떠.그.럴!

제인님과 나는 "우리가 이젠 귀찮아 진겨~. 어찌 저럴 수가 있어?" 하면서

이왕 버려진 거 천천히 오르자라며 세월아 네월아~~!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보니 두코스로 나뉜다.

하나는 뽀족뽀족한 바위에 로프가 드리워진 코스(나중에 알아보니, 백운대 우회도로란다)이고,

또 하나는 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로 바로 치고올라가는 코스란다.

난, 웬지 로프가 드리워진 코스가 맘에들어 그리로 간다하니,

모두들 그냥 이리로 오라고 성화다. ㅡ.ㅡ;

아까 만난 어르신을 따라가던 비고님이 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제일먼저 호랑이굴로 들어가 버린다.

이어서 제인님이 들어가고...잠시후 웩웩 대는 소리에 점점 굴안으로 들어가기 싫어진다.

"어쩐지 첨부터 저짝 코스로 필이 꽂히더라. 나는 도로 내려가서 저쪽으로 갈래~" 하니..

로저님이 그러다 못 만나면 우짜냐며...어서 호랑이 잡으러 가잔다.

에휴! 내팔자야~

 

호랑이 굴..

말이 호랑이 굴이지, 이건 완전히 고양이 굴이다.

가방을 메고는 도저히 갈 수도 없고..몸도 어찌 해야할 지 난감 그 자체다.

제인님의 구토가 이해가 된다.

질척한 바위에 몸을 대기 싫어 손 바닥과 발로만 최대한 버티며 바닥에서 한참 위로 진행을 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진건지, 먹거리의 부족에서 온 현상인지..현기증이 일어 가물댄다.

금방이라도 풀썩..질척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 같다.

체면이고 뭐고..도움을 요청하니 먼저 나간 비고님과 뒤따라오던 로저님이 발 디딜곳을 마련..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호랑이 굴을 빠져나오자 마자 아득해져오니..나도 모르게 바위에 벌렁 누워버리고 말았다.(아~ 한심한 지고)

한참을 쉬며 초코렛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보니...로프도 없는 슬렙의 거리가 꽤 길다.

맞은편 인수봉에선 안전요원이 우릴 보며 되돌아 갈 것을 종용한다.

그러거나 말거나...도저히 그곳을 또 지나가긴 싫은탓에 조심조심 바위를 타기로 결정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던가?

맞은편 안전요원이 그렇게 염려한 것이 이해가 되고, 또 한 건의 사고가 날 수도 있음을 염려했던 것이었다.

 

아찔한 릿지..

모든 사고는 마음의 공포에서부터 오는것인것 같다.

다행이..우리 일행은 하나같이 씩씩한 척 하는것이 도움이 된 듯 하다.

서로를 격려하며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까.

 

맨손의 릿지와 두꺼운 쇠줄에 몸을 의지하여 오르니 비로서 안심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한 숨을 돌리다 보니, 마지막으로 쇠줄을 타고 거의 올라오던 비고님의 한마디.

"이렇게 멋지게 올라오는데 아무도 봐주지도 않고, 너무 외로와~~" 란 투덜댐에 얼마나 웃었던지..^^

 

백운대..그리고 하산..

그렇게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드뎌..백운대 북쪽이다.

아아...늘 위문쪽으로만 올라오던 백운대를 이렇게도 올라오는 구나.

뿌듯했다.

우리 호랑이 굴로 백운대 왔어요..라고 막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ㅎㅎ

(집에 와서도 한마디 자랑을 못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간다하면 '산행금지초치'가 내려질것이 뻔하기에)

 

백운대에 올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아랫쪽 평평한 곳에서 쉬며 아픈발에 소염제를 바르며 맛사지를 했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아플텐데...나때문에 일행에 누가되면 안될텐데..하는 염려가 머릿속 가득이다.

 

위문을 통과해 산성매표소쪽으로 살살 걸음을 옮긴다.

역시..자꾸 욱신대는것이 영 불편하다.

아니나 다를까 풀썩 넘어져 왼쪽 무릅이 박살 나는 줄 알았다.(다행이 피는 안났다^^)

절뚝대며 내려오다 보니..어느덧 음식점들이 즐비한 북한산 수영장 부근이다.

이렇게 사연많은 오늘의 북한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