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배령, 가을이 익다.

*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다는 거, 아시죠?
 

지난봄, 야생화를 보러 곰배령을 오르며
유난히 많은 단풍나무에, 가을이면 다시 와야지~ 했는데
지인에게서 곰배령 가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나도 가고 싶었는데 잘됐다.
냉큼 예약하고 단풍이 물들기만을 손꼽았다.

돌풍을 동반한 비가 있을 거란 예보에
좀 염려스럽긴 해도, 벌써 마음은 드넓은 곰배령에 가 있다.

 

초입에서 찍은 녀석인데, '도깨비바늘'이다.

취꽃이다. 초봄엔 나물로 입을 즐겁게 하더니 가을엔 이쁜 꽃을 피워 눈을 즐겁게 한다.

이젠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인데도 산을 오르면서 간간이 보이는 보랏빛의 투구꽃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고려엉겅퀴'라 했던가? 돌아서면 까먹는다. ㅡ.ㅡ; 꽃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봤다.

 
단풍놀이 계절이 오긴 왔다 보다.
동쪽으로 난 길마다 차량은 느림보 행보다.
출발한 지 3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곰배령 주차장에 도착.
에구에구...멀미나서 혼났다. ㅠㅠ

곰배령은 숲 터널로 여름산행으로 최적의 코스가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수백 종의 나무들 덕분에 가을엔 오색단풍을 자랑하는 곳이 곰배령이란다.
그래서 그런가..
눈을 들어 보면 알록달록, 정말 눈이 부셨다.

아, 예쁘다. 탄성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복장나무'의 단풍은 참 특이했다. 붉은빛이 돌면서 분홍빛이 도는….

나무뿐 아니라 곰배령 정상에 지천인 야생화의 잎들도 곱게 물들고….

생강나무는 열매 맺기에 여념이 없다. 얼룩덜룩한 잎은 단풍 지기를 체념한 듯..^^

예약 확인하고 입장허가증을 받아 곰배령 들머리에 첫발을 딛는다.
초록 천지인 서울이었기에, 단풍이 너무 이르면 어쩌나 했는데
우와~~ 노랑, 빨강, 분홍, 갈색….
나무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색을 자랑하며 서로 어우러져
곰배령을 찾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숲 안내원과 동행하는 덕에 나무와 숲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올랐다.

- 찍지 마라니까~ - 뒷모습 찍을 건데 왜 뒤돌아 봐? ^^

   

와우~ 이 소리 좀 들어 봐…. 바스락대는 낙엽소리에 귀까지 즐겁다.

낙엽으로 말미암아 간혹 마주하는 웅덩이조차 멋스럽다.

곰배령 8부 능선 정도엔 신갈나무 천지다.
그런데 어쩜 도토리가 한 톨도 없다.
같이 오른 숲 해설가님께 물으니
올해는 숲이 흉년이라고..
특히 참나무과 나무들의 열매는 거의 없다 한다.

곰배령을 오르다
다람쥐 한 마리를 보았다.
곳곳을 냄새를 맡아가며 주변을 뱅뱅 돌고 있다.
아마도 먹이를 찾고 있는가 보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올겨울 쟤네들은 어찌 지낼까 하는 생각에
몇 주 전에  산밤을 주워 먹고 좋아라 한 것조차 미안했다.
가방을 뒤적이다 보니 고구마말랭이가 잡힌다.
미안한 마음에 슬쩍 던져주고 산을 오른다.

잣을 통째로 차지한 녀석, 욘석은 운이 좋다.  앞발을 모으고 잣 까먹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사진을 찍는데도 먹는데 여념 없느라 미동도 없다.^^

나무에 쌓인 이끼가 멋져 카메라를 들이대니 그곳에 무지갯빛을 자랑하는 곤충 한 마리. 이름은 모른다. (아시는 분?) 그러나 앙증맞고 넘 예뻤다.

 

산 아래쪽은 잣나무 숲이다. 잣나무 잎은 5개씩 모여나고 소나무 잎은 2개씩(혹은 3개) 난다는 걸 여러분은 아시나요?

오래된 수령의 나무에 이끼가 자라고, 그 이끼엔 또 다른 나무(복장나무)가 둥지를 틀었다. 이렇게 숲은 서로서로 공생한다.

이번 산행은 사진이 목적이 아닌,
오롯이 가을을 담뿍 내게 담고 오고 싶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그런데 그러기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사진 찍는 데 정성을 기울이지 못했다.
걸으면서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좀 더 정성껏 찍을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가을이 담뿍 내려앉은 계곡….

물 위에 동동…. 오색의 낙엽들..아, 이뻐라!

 

이끼 낀 우체통의 너와집 지붕도 멋스럽다.

발걸음 따라 또르르~ 구르는 낙엽들

 
 - 언니, 여기 좀 봐봐.
- 어휴~ 찍지 마라니까.
- 나중에 찍을 걸~ 후회나 마셔라.
- 그럼 멀리서만 찍어줘. 뒷모습이나….

결국, 뒷모습만 실컷 찍었다.ㅡ.ㅡ;

 

동행.. 딸애 초등학교 1학년때 만났으니 참으로 오래된 만남이다. 언니없는 내겐 더없이 좋은 언니다.		앞모습은 찍지 말아라 했는데.. 찍는 것도 모자라 블로그에 올린 거 알면 난 죽음일지도 모름.^^

 

사람들 복장도 알록달록, 가을 닮았다.

숲 해설을 듣느라 올망졸망 모여서

도심은 '디자인 서울'이다 뭐다 해서
멋진 도심을 만든다고 난리법석을 치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둘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사람이 제일 멋질 때는, 자연과 조화를 이룰 때이고.
우린, 가끔 그걸 잊고 지내는 것 같다.
그래서 그걸 확인하고자 끊임없이 자연을 찾아 떠나는지도….

사진을 찍느라 늦게 올라 나중에 물어보니 산 안내인이 안개에 가려진 점봉산 봉우리를 알려주는 중이었단다.

- 어유~ 추워. 빨리 와~~ 드넓은 벌판이라 그런가 너무 추워서 자꾸 움츠러든다.

 

노부부의 모습이 멋져서 나도 모르게 찰칵!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조형물이지만 때론 한 폭의 그림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