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마음만 가쁜한 산행.

*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ㅇ장 소 : 용문산(1,157m)
ㅇ일 자 : 2011.10.1.(토)
ㅇ소 재 : 경기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ㅇ코 스 : 용문사 매표소-용문사-마당바위-용문사 정상-원점회귀 

 

 

  가벼운 마음으로 간 곳이 용문산이다.
  용문산을 가기엔 계절적으로 좀 이르다.
  다들 알다시피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엄청 큰 은행나무로
  유명하지 않은가?

  용문 일대가 은행나무를 상징으로 한 것을 보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야 제격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용문산이나 가야지~' 했으니 나중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톡톡히 치렀다.^^;

중앙선 기차를 이용해서 다니던 예전에 비하면 전동열차가 용문까지 수시로 다니니 교통이 참 편리해졌다.
용문역에서 용문산 매표소까지는 버스로 20분 남짓 소요된다.

 

나뭇잎에 내려앉은 햇살 한 줌….		어여쁜 물봉선

들에 지천인 여뀌도 사진으론 예뿌다

산사 가는 길에 만난 돌탑들….

 
우선 산길을 이용해서 용문사까지 갔는데, 눈 오던 봄에 느꼈던 산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곳엔 물봉선과 여뀌가 길손들을 반기고 있다.

용문사 사찰은 구경도 않고, 절을 끼고 있는 등산로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날이 좋아서 그런가? 교통편이 좋아 그런가? 등산객이 많다.

 

 

언젠가 북산한 둘레길을 걷는데,
부자동네를 지나가는 '평창 마을길'을 걷다 보니 높다란 담장도 모자라 철망을 쳐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아, 지켜야 할 것이 많아 저런가 보다." 했는데
용문산 품에 있는 용문사의 둘레에 무시무시한 가시철망으로
빙 둘려져 있는 게 아닌가?

불교의 교리를 잘 모르지만, 수행하며 중생들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시철망이 눈에 더 거슬리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아무튼, 참 보기 좋지 않은 풍경이다.

 

보랏빛의 매혹적인 투구꽃..

들국화? 구절초? 어휴~ 모르겠다. 걍 꽃..^^

 

천남성 열매..산삼이라도 발견한 줄 알았다.

바위틈새에 자리한 산부추가 안쓰럽다.

 

상원사와 마당바위,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이정표가 고민하게 한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마당바위' 쪽을 선택 부지런히 산을 오른다.

몇 걸음 앞에 이쁜 처자가 홀로 오르고 있다.
그 저자와 보폭을 맞추려 하는데..
아이고, 어찌나 사뿐사뿐 가볍게 산을 타나 도저히 따라가질 못하겠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도 저랬는데..' 하며 약해진 체력을 탓해야지,
공연히 세월만 탓했다.^^;

열심히 오르다 보니 발에 툭! 차이는 것이 있다.
웬 대추? 하며 주워 자세히 보니 참다래의 열매였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다래 덩굴이 무심하게 참나무와 얽혀 있다.
다래 덩굴을 흔드니 후두두 열매와 나뭇잎이 떨어진다.
(몇 년 전인가 무등산행 때 덜 익은 개다래 열매를 먹다 아주 혼난 기억이 있으면서 또 어쩌려구~)
다래 열매를 주워 손으로 쓱쓱 닦아 입에 넣으니, 아! 달콤해.
이 모습을 본 다른 등산객도 산 오를 생각은 안 하고 다래 줍기에 동참한다.^^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물들기 시작한 단풍		메뚜기, 참 오랜만에 잡아봤다.^^

용문산엔 꽃향유가 유독 많다./ 꽃향유..1

꽃향유..2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산길만 가는 것이 아니라, 들꽃과 눈 맞춤도 하고
이렇게 열매를 따 먹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늘 산행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러나 그게 대수랴~ 이것이 산행을 참맛인걸!

- 용문산이 몇 미터나 돼?
- 글쎄~ 북한산 높이 정도 되지 않을까?

에구에구~~
산에 가면서 산이 몇 미터인 줄도 모르고 가다니….
그러니 '용문산이나 갈까?' 하는 가뿐한 마음으로 온 것이 아닌가?
그러나 용문산은 천 미터가 훌쩍 넘는 산이었다.
더구나 너덜지대가 어찌나 많던지...저절로 발걸음 디딜 때마다 힘이 들어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너덜지대가 다 끝난 안부능선에 오르니 그때부터는 철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산 넘어 산이란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구나~.

정상에 가까울수록 고사목이 곳곳에 눈에 띈다.		철계단이 끝나면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야  하고..에고, 체력 달려!

천연기념물 30호, 천 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낸 용문사 은행나무가 대견하다.		사진 초점이 안 맞았나? 생각 마시라.  주 피사체가 그 조형물이다.

산 정상 오르니 겹겹의 능선이 손에 잡히듯 들어온다.

저 멀리, 들머리인 용문산 입구가 아득하다

 

그래도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탁 트인 전망에 산행객들은 어린애처럼 좋아라 한다.
나도 그 틈에 껴서 이리저리 풍경을 담아 본다.
산 정상엔 은행나무의 도시 용문을 상징하는 은행잎 모양의 조형물이 정상석과 나란히 하고 있다.
파란 하늘가 우뚝 서 있는 은행잎이 예뻐서 한 장, 찰칵!

그렇게 산을 오르고, 오른 만큼 힘들게 하산을 한 힘겨운 하루다.
너덜지대를 빠져나오니 마치 극기훈련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다리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온다.
 오랜만에 기분좋은 통증이 시작될 것을 예감하며 서울을 향하는 전철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