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은 그리움이다.

 

   먼 산이 연두빛에서 진초록으로 바뀌는
     무렵이면,
     늘 생각나는 산이 있다.
     축령산.

     눈내리는 겨울이나 연두빛 봄이나 진초록의 여름이나
     단풍고운 가을 가릴 것 없이 山이야 늘 좋지만,
     '樹海淸風'이라 불러도 좋을 맑은 바람이 불고
     쪽동백이 조로록하니 진초록 잎새 아래 하얗게 필 

무렵에 가장 좋은 산이기에 축령산이 생각나는 것이다.

올해는 좀 늦었다.
쪽동백이 조롱조롱 달리는 것은 청량산에서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햇살이 투명한 것까진 좋았는데 수해청풍이 불어오던 능선에는 이름도 무색하게 잊은 듯 건듯 부는 바람뿐.
덕분에 엄청 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산행내내 즐거웠던 것은 꽃들이, 새들이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었기때문.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쪽동백, 산철쭉, 구상나무, 산딸나무> 

쪽동백의 낙화로 꽃길을 걷는 호사를 누렸고,
남들 필 때 꽃 피우면 관심을 덜 받을까 싶어 이제서야 꽃을 피운 산철쭉...
꽃도 아니면서 꽃받침이 꽃인 척 나비와 벌들을 꼬드기는 산딸나무,
정갈하면서도 조심스레 늦은 새순을 밀어올리는 구상나무를 보며
저마다의 사는 방법에 충실한 자연에 새삼, 감사하다.
自然은 이름 그대로 '늘 그러했듯이' 올해도 역시 그러했다.
인간의 손길을 필요치 않고, 아니 인간의 손길이 없어야 더 '스스로 그리하는 것'이 자연임을 깨닫는다.

빠른 걸음으로 산세를 즐기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남이바위다.
남이바위에서 간간히 부는 바람에 땀을 시켜고 다시 출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앞서 간다.
그중 뚱뚱한 처자 한 명이 좁은 산길에 뒤에 오는 사람은  아랑곳 않고
느릿느릿 가고 있다.
뒷사람에게 비켜 주지도 않아 정체현상을 만들면서....
뒤에서 앞 설 길을 찾아 쭈뼛거리는데....

이 모습을 본 그 일행의 연장자 되시는 분이
 "○○씨, 천천히 가려면 길 좀 비켜드려." ..했는데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빨리가요!" ..하고 팩 거린다.
 내가 다 민망한데..말씀하신 분은 어떠랴..
그래서 "아가씨! 저 먼저 갈께요." 하니 그제야 못마땅한 얼굴로
한쪽에 비켜선다.

무섭구로 확~ 째려보려다............................... 내가 무서워 그냥 지나쳤다.^^*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은, 인증샷 남기려는 사람들로 인기만발이다.
잠시 동서남북, 산세를 조망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요긴, 작년에 '감자란' 사진 찍던 곳이고
요긴, 고사리 따던 곳,
또 여긴, '건방진 포즈'를 취하던 곳이네~ 하며
지난 추억의 발자국을 쫓아보기도 한다.
 

     축령산은 유산히 산뽕나무가 많다.
     때 마침 오디가 알맞게 익어가고 있어 하산길에 즐거움을
     덤으로 얻는다.
     사람들마다 손과 입에 오디물이 묻는 것도 아랑곳않고 오디
     따 먹는 얼굴엔 웃음이 함빡 묻어있다.


한참을 내려오는데 멀리에 하얀 등이 달린 나무가 보인다.
아, 함박꽃나무다.
올 해는 못보나 싶었는데, 축령산에는 지금이 절정인가 보다.
막 봉오리를 맺은 넘, 활짝 핀 넘, 지고 있는 넘..그 꽃 모양도 여러모양이다.
 

     

     
<산목련이라 불리우는 '함박꽃나무'..이뿌죠?>

시원한 바람은 없었다 해도,
꽃과 나무,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은 산행의 충만함을 만들어 주었고
무엇보다 푸르른 초록에 눈과 마음이 싱그러운 하루였다.

"축령산! 잘 있어.  내년에는 조금 더 빨리 오께.."


꽁다리) 그 밖에 만난 꽃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쥐나무, 선괭이밥, 붓꽃, 술패랭이, 산벚나무 열매, 개다래나무, 싸리나무, 돌양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