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안개속에 숨다..

아이들과의 여행은
늘 시끌시끌, 아옹다옹 이다.
그러나 뭐 때때로 달곰한 웃음이 제공되기에 다 참을 만하다.

여행 셋째 날, 아이들의 일정을 물으니
쇠소깍에서 카누를 타고 중문단지를 훑을 예정이란다.
그래, 그럼 난 그 시간에 한라산에 다녀와서 전화하마 하고는
아이들을 쇠소깍에 내려주고 난 한라산행을 위해 영실로 향했다.
욕심이야 영실로 올라서 돈내코로 내려오고 싶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만 해도 햇살이 반짝였         조금만 가면 된다. 아자! 힘내자.                  
데 한라산기슭에 들어서니 비를 뿌린다.                구불구불 1,100도로의 운전은 아주 재미나다.  
아이들은 어쩌나 싶어 전화하니 그쪽 동네는          운행 중 찍었느냐고요?                               
맑음이란다. 휴~ 다행!                                       당연히 '잠깐 멈춤'이었지요.                        

영실에 주차장이 거의 꽉 찼다.
흐린 하늘에도 한라산은 여전히 인기만발 인가 보다.
커피와 약간의 간식과 비옷, 카메라만 챙겨서 한라산 품으로 들어간다.

ㅇ장 소 : 한라산(1,950m)
ㅇ일 자 : 2011. 8. 17.(수)
ㅇ소 재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
ㅇ날 씨 : 햇볕, 안개, 비가 골고루..
ㅇ코스 구간별 시간 :

 

2년 전에 갔던 성판악 들머리가 생각난다.
성판악 들머리는 조릿대와 담팔수가 숲을 온통 차지했었는데..
영실 들머리엔 단풍나무와 서어나무, 사람주나무 등..단풍이 이쁜 나무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가 영실 오르는 계곡은 가을이면 더 멋지다고 한다.

 

한낮임에도 빽빽한 나무로 햇볕이 차단된 숲길은 계곡의 물소리 덕분에 한층 시원함을 더한다.
그러나 것도 잠시,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된다.
헉헉, 숨을 몰아쉴 무렵부터 보이기 시작한 야생화들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너무 작은 꽃잎은 거친 한라산 바람 앞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흔들린다.
덕분에 예쁜 꽃들을 담기에 애쓰다 체념하고 눈으로 보며 이름을 불러본다.

 얼마큼 올랐을까?
시야가 탁 트여 환해지는 것이 발아래 영실매표소가 저 멀리 보인다.
아, 작은 발품으로 이렇게나 멀리 왔구나...
스스로 얼마나 대견하던지.
오른쪽으론 멋지게 병풍바위가 펼쳐져 산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고도를 높이 할수록 바람이 거세지니 그 멋진 풍경을 담는데 카메라 든 손이 흔들흔들...
좀 더 체중을 불렸더라면 안전하게 빡! 담았으련만~~ 

 

 

 

해발 1,500m까지는 좀 가파른 돌계단이다.       길 양옆으로 야생화가 하나둘씩 보여 사진 찍다 보니 힘든 줄 모르고 오른 구간이다.		해발 1,500m를 지나자 비로소 멋진 풍광이..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날아갈 뻔 했다     나 뭐라나...

 

이렇게 멋진 풍경에서 인증샷은 필수! ^^*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새삼 내가 대견했다.^^

 

 

이제부터는 능선을 가기에 별로 어렵지 않다.
야생화도 종종 눈에 띄고...
아이들하고 약속한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기에 유유자적하며 신선놀음을 좀 했다.^^

좀 더 오르자 고산에서만 볼 수 있는 고사목이 눈을 끈다.
아, 멋지다! 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라산 위로 갈수록 산수국 군락지가 있어 낮은 숲이 산수국으로 파랗게 빛이 난다. 

 

 

     

꽃망울과 헛꽃이 자태를 뽑낸다.                            올망졸망 산수국 꽃이 한창이다.

     

꽃이 만개했다.                                                  벌써 열매를 맺은넘도 있다.                  
꽃이 한창 나비와 벌을 유인하고..                         제 할 일을 다한 헛꽃은 홀라당 뒤집히고  
                                  꽃색도 바랜다.

 

 

맑던 날씨가 갑작스레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고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겠지.
한순간 뽀얗게 안보이다가도 휘리릭 싹 사라지기를 반복하니
거의 산 중턱에서 올라오는 터라 잊었는데 역시 한라산이 큰 산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훤하게 능선이 보이는 가 싶다가                             조금만 더 가면 윗세오름이다.             
이내 안개속으로 숨어버리는 한라산.                       안개에 쌓인 노루샘 부근..                      

      

 

울퉁불퉁한 돌길을 밟다가
반듯하게 마루를 깔아놓은 듯한 나무 덱을 밟는 느낌이 좋다.
안개 자욱하니 분위기도 한층 더 충만하여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저 멀지 않은 곳에 윗세오름 대피소가 어렴풋 안갯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드디어 윗세오름에 도착했다.
기상악화로 남벽 분기점으로 가는 곳은 벌써 통제가 되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에서 만족해야겠다.

 

 

 

 

 

윗세오름은 벌써 안개가 자욱하다.
그곳에서 만난 어떤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니,
내 사진도 찍어 준단다.
덕분에 1,700m에서의 인증샷 한 장 남긴다.

안개가 심해지더니 빗방울로 변한다.
대피소에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따듯하게 덥히고는
카메라는 배낭 안에 넣고 부지런히 하산길을 재촉한다.
덕분에 하산할 때에는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올라갈 때는
산세도 보랴, 꽃들과 눈 맞춤도 하랴 온갖 참견을 다 하느라
2시간이나 걸렸는데,
하산길은 재미없게 쭈~욱 내려오는 꼴랑 40분 만에 내려왔다.
같은 길인데도 정말 재미없는 하산길이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아이들이 기다리는 중문단지로 차를 몰았다.
낮엔 한라산 기운으로 거 친마음을 촉촉하게 만들고
저녁엔 산방탄산온천에서 피부까지 뽀샤시 촉촉, 샤방샤방하게 만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