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올해 초,
흰 눈이 쌓였을 때 찾았던 자작나무숲.

여기저기 사진 관련 사이트마다 자작나무숲이 환하다.
흰 표피가 유난히 아름다운 자작나무..
겨울에만 빛나는 줄 알았더니
단풍 진 가을 모습도 정말 멋지구나.

가뜩이나 짧은 가을인데,
주말마다 묶여있다시피 하여 그런가
더 간절하게 자작나무숲의 그리움이 뭉글뭉글….

아,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혼자 갈까?
그래도 동행이 있으면 더 좋을 거야~.
친구가 반색하며 동행하겠다 하니, 내가 더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가을맞이 제대로 하겠군.
햇볕도 얼마나 좋은지, 세상 모든 것이 다 골고루 제 색을 내며 빛나고 있다.

혼자,
혹은 서너 명씩 휙 앞으로 지나간다.
무에 그리 바쁜지 볼 것 많은 내가 이상한가?

자작나무숲의 분위기도 궁금했지만
가는 길가엔 반할만한 그 무엇이 너무도 많다.
어쭙잖은 솜씨로 찍고, 또 찍고….

이 멋진 풍경을 어찌 지나친단 말인가?


   

    

가을꽃 하나 변변히 못 본 탓일까?
작은 들꽃 하나에도 환호를 하며 눈 맞춤에 감사하다.

한 시간이면 후딱 당도할 거리를
느린 걸음으로 온갖 해찰하며 가다 보니 해가 중천이다.

    

    

아, 저 멀리 눈에 익은 나무들의 모습이 빛나고 있다.
자작나무 숲이다.

아직 한참 멀었는데,,
느즉대던 발걸음이 바빠진다.
수줍은 새색시가 신랑 마중 가듯...^^;

    

두 번째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간다.
큰 숨을 들이쉬며 자작나무향을 맡아보지만,
감기 끝의 코맹맹이에겐 아무 향도 없다.
모양 봐서는 향도 근사할 거 같은데….

아, 아쉽다.

사진을 찍으며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내 앞 저만치서 사진을 찍고 계신 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불현듯 작년 봄 화야산에서 본 그분이 떠오름은 왜일까?
뒷모습이 낯설지 않다.

저곳이 포인트인가 보네, 하며 그분이 비켜나길 기다리는데 앗, 낯익은 얼굴이다.

세상에나,
이 머나먼 산골짝에서 또 뵙다니..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글로 알고 지낸 세월이 십 년인데
작년 봄에 이어 두 번 다 우연히, 것도 산골짝에서 만나다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란 말인가?
사진취미로 하는 사람은 계절에 따라 동선도 비슷한가 보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 자작나무 숲에 빠진다.

바람이 한 자락 불어오니
햇볕을 받아 더욱 노랗게 빛나는 자작 나뭇잎이
바람에 팔랑대며 나부낀다.

그 모습을 보니 바람이 인색한 오늘이 마냥 서운타.

    

    

숲 안에 들어오니
나도 온전히 나무와 동화되는 느낌,
그곳에 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다.

바닥은 이미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하마 떨어진 낙엽으로 뒤덮여 발 밑 느낌이 사뭇 좋다.
노랗게 단풍 진 잎을 팔랑대며 춤추는 자작나무 숲에서 우리도 춤을 추고 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모습을 그리며 말이다.

한 시간 남짓,
숲에 머무는 동안 내 마음도 하얗게 빛나는 시간이었다.

 

주차 후 자작나무 숲까지는 도보로 3Km가 조금 넘는 거리라
누구라도 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가족과 혹은 연인과 자작나무의 속삭임을 들으러 떠나봄이 어떨까?

*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의 겨울.. ← 겨울 모습이 궁금하다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