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의 칼바람을 접수하다.

 

ㅇ장 소 : 소백산(1,439.5m)
ㅇ일 자 : 2004.1.20~21
ㅇ소 재 : 충북 단양,경북 영주
ㅇ날 씨 : 바람많고, 매우추움
ㅇ인 원 : 3명(가족산행)
ㅇ코스 구간별 시간 : 삼가동-비로사입 -달밭재-비로봉(정상)-회귀 원점하산(5시간 소요)

소백산(1,439.5m)..

구정 연휴를 맞아..
가족(신랑과 딸래미)와 소백산행을 하기로 하고..
숙박 장소와 겨울산행에 필요한 몇가지를 준비했다.

산행엔 취미가 없는 신랑인지라..가기 전부터 영~맘에 안내키는 눈치다.
코스를 정하면서..제일 짧고, 쉬운곳으로 정하자 한다.
봄 철죽제에 다녀온 코스가 맘에 들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인다.(희방사에서 비로봉을 오르는 코스였다)

일단, 집을 떠나면서부터 마음은 들떠있었다.
하얀 눈에 쌓인 산을 오를 생각에~..^^*

                        ***

아침에 눈을 떠 보니..밤새 눈이 내렸나보다...
온 세상이 하얗다.

기온은 뚝~ 떨어져 있고..바람이 세차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희방사쪽으로 차를 몰았다.
명절때라 그런가..주차장엔 덩그러니 우리뿐이다.
매표소직원이 만류를 한다.
오늘같은 날씨엔 시간이 더 걸리니 삼가리쪽으로 오르라고.

아마..울 딸래미가 걱정이 됐나보다.
차를 돌려 삼가리매표소로 향했다.
멀리..눈을 하얗게 머리에 이고있는 소백산의 모습이 참 멋있다.
황홀한 모습에..울 딸래민 감탄을 연발한다.

-엄마, 저길 우리가 오를거야?
-응^^*
-우와~ 무지 힘들겠다
-니 엄마만 신났다~ 우린 차에 있을래?
-우쒸..여기까지 와서도 그럴래?

시간을 보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간단한 몸풀기를 하고..드뎌 소백산 자락에 발을 내 딛었다.

차도 다닐 수 있는 넓은길엔 밤새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우리 말고도..아이와 아빠, 친구들과 오르는 산꾼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띈다.
다소 안심이 된다.^^*

비로사와 비로봉의 갈림길이 나온다.
작은 다리를 건너..비로봉쪽으로 길을 나선다.
소나무와 하얀눈의 모습이 썩~ 보기 좋다.
뽀드득 거리는 소리는 즐거운데, 눈길이 미끄럽다.

딸아이에게 아이젠의 채워주고..
나도, 신랑과 아이젠으로 미끄러움에 대비했다.

-엄마~ 발이 이상해.
딸래미가 자꾸 칭얼댄다.

겨울산의 맛이랄까?
골짜기를 빠져나와 능선을 걸을때면..
산자락이 온전히 내눈에 들어와..내 가슴을 탁~ 틔이게 한다.
그래도,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은..
뚝~떨어진 기온때문인지 자꾸만 날 움츠리게 한다.
수북한 눈을 치워만든..폭 좁은 오솔길은..
처녀산행의 딸래미에게 마음에 부담이 되나보다.
한쪽은 미끄러지면 낭떨어지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오르는 딸아이가 대견스러웠다.

1시간이 넘게 올라왔건만..쉴곳을 찾지 못해..계속 올라가니
신랑의 투덜거림이 시작된다.
길 한켠에 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니..바람에 뺨이 으슬댄다.

코끝과 뺨이 빨개진 딸아인 그래도 마냥 즐거운가보다.
그도 그럴것이..뽀득이는 발의 느낌이 참 좋았기에..
분명 나무계단길임에도..수북한 눈때문에 계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은..
바람에 흩날리는 눈과 운무에 쌓여 그 모습을 자꾸만 숨긴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올라가면서도..이따 내려올 일이 다소 걱정이 된다.
내려오는 분들이 자꾸만 미끄러지기에..

헉헉..입김이 하얗게 얼어버린다.
딸래민, 눈에 하얀 마스카라 했다며 깔깔댄다.
바람이 더 세차진다.
손끝이 감각이 없을만큼 시려왔다.
다들 괜찮다는데..왜 나만 손이 시린지..흐미~

하늘이 가깝게 보인다.
드디어 비로봉 바로밑의 나무계단이다.
부지런히 올라보니 비로봉비가 우뚝 서있다.
아아..백두대간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그치만..몸이 휘청 댈만큼의 바람은..그 위력이 대단하다.
사진을 찍으려는데..카메라가 작동을 안한다.
너무 내려간 기온때문인가?
아까 올라올때는 됐는데 말이다.

딸래민..칼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엄마~ 저기 보이는 저곳은 어디야?
-에고..어디? 글쎄..연화봉인가?..에고 몰라..바람에 날라가겠다.

제1연화봉에 갔다가 오자 했었건만..
정상의 칼바람은 우리가족을 어서 내려가라고 내쫓는 듯 했다.
아아..주목단지의 눈꽃도 이쁠텐데..
눈앞에 펼쳐진 나무계단과..
알프스 풍경과도 같은 저 끝의 봉우리가 날 유혹한다.
그렇지만..우린, 서둘러 올라오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은 미끄러움 때문인지 더 힘들다 한다.
딸래미의 손을 잡아주고..발을 받쳐주고..하며
올라갈때와 달리 쩔쩔매는 아이의 시중을 들며 내려오다 보니..
벌써 우리차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을 보니..3시 10분이 막 지나고 있다.
가족의 첫산행 치고는 성적이 괜찮은 편인것 같다.

-민주야~ 오늘 산행하면서 뭐가 제일 기억에 남니?
-응..산정상에서 불었던 바람..(이런~ 내가 원한건 이런 대답이 아니었는뎅..-.-)

               ***

풍기 온천이 좋다기에..
온천으로 꽁꽁 언 몸을 녹이고, 또 다른 눈의 천국으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