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봉산]을 다녀와서..

 

ㅇ장 소 : 검봉산(530m)
ㅇ일 자 : 2004.1.17(토)
ㅇ소 재 : 강원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ㅇ날 씨 : 포근한 날씨, 눈내림
ㅇ인 원 : 3명
ㅇ코스 구간별 시간 : 구곡폭포 주차장-구곡폭포-검봉산-능선-마을입구하산


검봉산(530m)

투둑 투둑.
....비가 온다.

-잉~ 낼 산행하기로 했는데..

고양이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진눈깨비가 내린다.

혹여..사고라도 날까 염려하는 가족에게 다짐 또 다짐을 하고..
떡집을 들려 약간의 먹거리를 사고 약속장소로 갔다.

댓글 안 달고도 잘들 오길레..설마 했는데 B님, K님 그리고 나..달랑 셋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내리는 눈에 약간의 걱정이 앞서긴 했다.
그치만..걱정보단 올겨울에 처음으로 눈과 함께하는 산행이라 설렌다.

경춘가도 양옆으로 펼쳐진 산자락은..
벌써 뽀얀 안개에 가려져 그 운치를 더한다.
생각보다 일찍, 강촌에 도착했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길엔..벌써 눈이 가득하다.
운전대가 훽~ 돌아갈 만큼.. -.-

11시 조금 넘어서부터 산행이 시작되었다.
구곡폭포가 꽁꽁 얼어 빙벽을 이루고 있었다.
빙벽위를 오르는 두 산악인의 모습..보는것 만으로도 아찔하다.

문배마을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길을 떠났다.
등산로엔 눈이 수북히 쌓여있고.. 전나무 사이로 흩날리는 눈은 날 황홀하게 만든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 모습을 담느라 지체하였다.

이런..벌써 두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렇지만 외길인 덕분에 안심하며 눈모습을 즐기며 올라갔다.
늦게 오는이를 위해 기다림을 베푸는가 했더니..
어른(?)을 기다리게 했다며 K님의 구박이 시작된다..ㅠ.ㅠ
기다려준 두분께 감사의 표시로 사진 찰칵~!

포근한 날씨에..
눈이 점점 더 많이 온다.
난, 마냥 좋기만하여 힘듬이 전혀없다.
이래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 힘이 안드나보다.

동네 뒷산을 오르듯..
별 어려움 없이 오르다 보니 산마루에 커피와 음료를 파는 쉴곳이 있다.

그곳이 문배마을과 검봉산 정상쪽으로의 갈림길이다.
계속되는 눈발에..이제부터는 아이젠을 해야할 것 같다.
아이젠을 하니, 미끄러움은 없는데..발밑이 묵직해서 느낌이 별루다.
문배마을은 포기하고..검봉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뚜벅뚜벅..
외로운 발자욱이 우릴 길안내한다.
아무도 안 간 길이었으면 더 좋았으련만..쩝~
산등성을 타고 오르는 길이 참 이뿌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배고픔에 점심시간이 됐나보다 했다.

눈이 수북히 쌓인 바위위에 대충 앉아서..
간단하게 떡과 바나나, 그리고 커피로 요기를 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배고플때보다 배부르면 힘듬이 배가 되나보다.
아니, 깍아지를 듯한 경사도 때문일까?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곧 검봉산 정상이었다.

계속 내리는 눈발때문일까?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눈속에 갇힌 산모습뿐..
분명..저쪽엔 북한강이 흐를텐데..
잠시..검봉산비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저도 한장 찍어주세요~
했더만..하나,둘,셋도 안세고..그냥 퍽! 
어정쩡한 모습이다..ㅠ.ㅠ

*교훈:사진을 찍을땐 꼭~ 셋까지 세고 찍읍시당!

그리고 오던길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차해 놓은 곳과는 멀텐데 우짤까나 하면서도 말이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에..아이젠을 하였음에도..
B님은 아픈발 때문인지 미끌~ 꽈당!

20여분 내려오자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강선사로 가는 길이고..오른쪽길은 폭포 주차장이라 써 있다.
원래는 강선사로 가자고 했었지만..
점점 굵어지는 눈발에.. 차를 가지러 오는것도 슬슬 걱정이되었다.

급한 성질때문인지,
날쌘돌이신지는 모르지만..
혼자 줄행랑을 친 K님을 큰소리를 불러 되돌아올 것을 종용..

-에이~ 그냥 가지..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
좀 더 돌지 않고, 바로 하산하자는 말에 못내 아쉬우신 모양이다.

야홋~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내가 앞장 서야지~..히힛
하얀 눈길에..내 발자욱을 꾹꾹 새겼다.

꽤 유명하다는 막국수집에서 막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눈이 와서 애초 예정했던 코스대로 다 돌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산행 내내 함께한 눈발이 너무도 즐거운 산행을 만들었다.
산행이었다기 보다..산책을 한 듯한 기분이다.

짧은 산행덕분에 일찍 서울에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