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마을길]..행복이 별건가?

북한산과 도봉산을 빙 둘러서 만든
70km의 둘레길이 완성되었단다.

산친구인 현주씨는 이 둘레길을 다 돌아볼 작정이라며
틈틈이 혼자서도 걷더니
이번엔 '명상길'과 '평창마을길'을 함께하자며 초대(?)한다.

삼각산의 둘레길 중
제일 재미없는 길이 '평창동 마을길' 일 것이다.
높다란 담도 모자라 철망까지 친 집을 보며
그 안에 살면서 행복할까? 싶다.

서로 질세라 높다랗게 둘러친 담장들..
높다란 담장 안이 저도 답답했나 보다.

삐죽 얼굴 내밀고 바깥구경을 하는 능소화와
눈이 딱 마주쳤다.

기다려 봐~
이 언니가 예쁘게 한 장 찍어줄게!

현○씨가 덩굴 밑에 떨어진 능소화 한 송이를
주어 들더니 내 머리를 단장해 준다.

내 눈엔 보이지 않는 뒤통수가 갑자기 예뻐졌다.^^

머리에 꽃으로 단장하고..
새 깃털을 주워 모자 장식도 하고..
길거리에서 개 복숭아도 따 먹고..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며,
작은 일에도 깔깔대며 웃음을 나누니 
소시민으로 산다는 건,
좀 불편하긴 해도 행복한 데는 전혀 지장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빙긋 웃는다.

5km 길이의 재미없는 아스팔트 길의 연속..

그러나 때때로 만나는 나무와
대문 밖으로 삐죽이 얼굴 내민 꽃들이
지루한 길에 생기를 부어 준다.

이렇게 나무와 꽃에 눈 맞추며 사진을 찍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나비까지 날아들어 찍힘을 당하니
무슨 횡재라도 한 것처럼 기쁨이 두 배다.

행복이 별건가?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