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아찔했던 산행..

 

 

 ㅇ장 소 : 관악산(629.1m)
ㅇ일 자 : 2012.8.25(토)
ㅇ소 재 : 서울 관악, 경기 시흥, 과천, 안양
ㅇ날 씨 : 비, 구름, 잠깐 햇살..뒤죽박죽
ㅇ코 스 : 과천(구세군사관학교)-케이블카 능선-두꺼비바위-연주암-연주대-헬기장-암릉지대-왕관바위-자운암-서울공대

비 예보..

비 올 거란 일기예보에 바자에 낼 카드나 만들며 하룰 보내자 했는데
웬걸? 일어나자마자 밖 날씨를 보니 훤하게 개는 것이 아닌가?
더위도 꺾이고, 이쯤에서 산행 한 번 가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준비할 것도 없이 약간의 간식만 챙겨 후다닥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육봉능선을 올라볼까? 하고는 정부과천청사역에 내려 미흡한 준비를 하느라 꾸물대니
그새 빗방울이 후두두 대더니 굵은 빗줄기로 변한다.
아웅, 우짜냐...

가? 말아?
별다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망설이다 보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그래, 비온다고 안 간다는 건 말이 안 돼. 얼마 만에 만난 관악산인데…. ^^
비 오면 좀 맞지, 모.

 

단, 산행코스는 변경해야 할 거 같다.
릿지산행의 지존, 육봉능선은 다음에 만나야겠다.
비에 젖은 바위는 위험천만인 것을 알기에 구세군사관학교 뒷길 케이블카 지나가는 능선을 들머리로 정하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산행 시작..

궂은 날임에도 벌써 하산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
와, 부지런하기도 해라.

오랜만에 이 능선을 왔더니 길이 눈에 익지 않는다.
자주 올 때는 풀 한 포기, 바위 하나까지 다 친근하게 다가왔었는데...
모 그래도 몸이 멀어졌다고 마음마저 멀어진 것은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때문에 휴대폰을 깊숙이 넣었었는데
멋지게 다가오는 산세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카메라대신 휴대폰을 꺼내 아쉬운 대로 철컥철컥 찍으며 산을 오른다.

습도가 높아 그런가, 후덥지근하니 더위가 한여름 못지않다.
연신 땀을 닦으며 오르는데 바람조차 인색하게 불어오지 않는다.
아이고 바람을 불어다오~. 

 

아찔한 순간..

한 시간쯤 올랐나?
작년에 바위손 있던 것이 생각나서 그쪽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때마침 멀끔하게 하늘도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파란 하늘과 썩 잘 어울리는 관악산줄기를 사진에 담아보자.
그런데 눈 깜짝할 새 생각지도 못한 일이…. ㅠㅠ
사진을 찍느라 바위에서 움직이다 비를 머금은 바위에 미끄러졌던 것이다.
휴대폰을 바위에 떨어뜨려 뒷면이 박살이 났지만, 그만하길 얼마나 다행이던지.
조금만 더 미끄러져 내려갔다면 중상을 면치 못할 곳이었다.

후들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바지를 걷어보니 왼쪽 다리가 욱신대며 무릎 부분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손바닥과 손가락이 바위에 스치며 긁힌 곳도 쓰리고..
집에 와선 아무 말도 못했다. 비 오는 날 산에 간다 할 때부터 알아봤다고 한 소리 할 거 뻔하니까.^^
아무튼,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때부터는 서두르지 않고 산행을 마치기로 다짐을 한다.

 

 

     

 

  

배고프지만 참자..

어느덧 연주암이다.
점심시간 무렵이라 그런가 음식냄새가 경내 가득하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음식냄새라 그런가 후딱 하산해서 요기하는 편이 나을 듯 싶어 후다닥 그곳을 빠져나와 연주대로 향했다.

관악산 산행 중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구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연주암에서 연주대까지의 계단길이다.
아, 지루하고 아까 넘어져서 그런가 다리도 아프고...ㅠㅠ
그래도 중간에 만들어 놓은 조망하는 곳에서는 사진 한 장도 남기고 멋진 관악산줄기도 감상하니
싫어하는 구간에 다소 위로가 된다.
 

 

 

하산길..

그렇게 연주대까지 가서 바로 자운암 쪽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은 맑게 빛나고 시원한 북서풍이 부니 하산길은 한결 수월하다.

하산길엔 새끼고양이들을 만나, 가지고 있던 육포를 던져주며 잠시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세 마리 다 어찌나 귀엽던지….
 
아참, 국기 봉에는 3/4이 떨어져 나간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관악산 관리자들은 아예 내리든지 새 태극기를 매달든지 무슨 조치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관악산 관리하는 곳에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조처를 해달라 하긴 했는데 재깍해 놓을지는 미지수다.
워낙 공무원의 일 처리에 신뢰를 하지 않는 편이라. ㅡ.ㅡ;)

내게 익숙한 이 능선엔 나와 친한 소나무도 있으니 더 친근하다.
지난봄에 봤으니 참 오랜만에 봤는데 많이 컸다.
녀석,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바위 틈바구니에서 잘 자랐구나.
대견하다!

그렇게 온갖 참견을 하며 내려오니 벌써 아쉬운 날머리 자운암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 다소 힘들기도 했고, 바위에서 미끄러져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