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채취를 빙자한 야생화 탐사..

*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 해상도는 좀 떨어집니다.

 

 

요맘때쯤이면 산친구들과 능이 버섯을 따러 나서는 연중행사가 있다.
때마침 산친구들과 사패산 가기로 한 달 전부터 진즉 약속을 잡았던 토요일,
산행 대신 능이 따러 가자는 제안에 만장일치로 오케이! 하고 손꼽아 기다린다.

아, 설렌다.
능이 버섯의 그 향기 생각에..^^;

(김칫국을 너무 빨리, 벌컥거렸나 보다.)

 

 

아무튼, 새벽예배를 다녀오자마자
약간의 과일과 울 형님표 포도 주스를 챙겨 집을 나섰다.

친구 한 명 픽업, 두 시간 남짓 씽씽 달려서
중간 목적지인 현○씨 언니네 도착.
다른 일행은 아직이다.

마당에 떨어진 알밤을 주워서 까먹다 보니 모두 도착.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서둘러 오늘 우릴 맞이할 산으로 출발!

이름 모를 산기슭에 도착해서 산행준비를 단단히 한다.
우리가 해 온 일반 산행과는 달리, 길도 없는 능선을 따라 오르기에 자칫 잘못하면 비탈에서 구르는 수도 있어
마음 준비를 무엇보다 단단히 해야 한다.

 

마을에서 산 초입까지 계곡 따라 걷는데 길 양쪽으로 물봉선과 고마리, 이름 모를 들꽃이 지천이다.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아,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아쉬워할 줄이야..^^;

 

     

 

 

    

 

형부는 앞에서 빨리 오라고 종용하시는데
도보여행코스로도 딱 좋은 길에서
우리는 꽃들의 향연에 빠졌다.

아, 이럼 안 되는데..
그래도 먹는 것 보다 눈 호강이 더 좋은 걸 어쩌랴….ㅎㅎ

 

     

 

 

<싸리버섯>                                                   <밤버섯>

일단 능이를 따러 왔으니 능선을 훑어보기로 하고
길도 없는 산비탈을 오르는데
아휴, 그 경사도가 70도는 되는 거 같다.
체감 경사도가 말이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던가?
천신만고 끝에 싸리버섯과 밤버섯의 소득.
뭐, 내가 땄다는 건 아니고 눈 밝기로 소문난 친구가 딴 것이다.

아무튼, 형부 뒤를 따라 다섯 명이서 헉헉..
한 친구는 쭈르륵 미끄러지기도 하고
또 한 친구는 바위에 정강이를 부딪혀 시퍼렇게 멍도 들고,
영광의 상처에 비해 소득은 꼴랑 사진의 버섯이 다다.

 

    

 

 

그래도 이름 모를 야생화를 시작으로
아주 귀하다는 애들까지 두루 보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내년엔 야생화탐사를 겸한 트레킹코스로 다시 와야겠다.

야생화 꽃다발로 식탁(?)을 꾸미고 이른 점심을 먹었다.
가을꽃의 향기가 함께 해서 그럴까? 맛도 꿀맛이다.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시려 병꽃언니가 준비한 불고기와 김치 겉절이..
새벽에 일어나 정성껏 준비한 막내 재○씨표 김밥,
아주 맛나게 잘 먹었어요.

능이 따러 가겠다는 일념으로
허약체질의 재○씨를 온종일 업고라도 다니겠다던
친구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었으니
산삼 넣은 김밥은 물 건너 간 건가? 언제 먹어보나? ㅎㅎ

 

 

 

    

 

점심을 먹고 다시 능이를 따러 나섰지만,
능이버섯 따기엔 다소 이른 시기였나 보다.
씨알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쉬워하시는 형부와는 달리 우리 산친구 일행들은
지천인 야생화와 아주 좋은 능선을 걸었던 이유였을까?
이미 마음은 산행만으로도 흡족한 상태다.

하산길엔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남은 과일을 나눠 먹으며
능이 버섯 대신 야생화 탐사 길이었던 오늘 산행을 마친다.
내년엔 이곳에서 오롯이 야생화 탐사를 즐겨봐야겠다.

 

     

 

 

<이날의 베스트 샷!>

 

 

     

<투구꽃>                                                         <무릇>

 

     

<물봉선>                                                      <흰진범>

 

     

  

  <향유>                                               <송장풀>

 

     

<큰꿩의비름>                                        <천남성 열매>

 

 이 밖에도 자주조회풀, 덩굴닭의장풀, 쥐손이, 짚신나물
마타리, 뚝갈, 개미취, 참취, 알며느리밥풀꽃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꽃을 보았는데
휴대폰으론 어림도 없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