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에 다녀와서..

ㅇ장 소 : 태백산(1,567m)
ㅇ일 자 : 2012.1.7(토)
ㅇ소 재 : 강원 태백시, 경북 봉화군
ㅇ날 씨 : 맑음
ㅇ코 스 : 고원휴게소-사길령매표소-태백산(장군봉)-천제단-만경사-반재-당골매표소-제4주차장
              (대략 9km, 휴식포함 4시간30분)

새해도 됐고, 영동지역의 눈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니
과연 눈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사에 덜렁 예약했다.

어스름 새벽에 나서는데 생각보다 체감온도는 매섭지 않아 다행이다.
승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여유다.
짧지만 지루한 기다림.
속속 대형버스들이 들어오는데 나를 태우고 갈 버스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시간은 다 됐는데….

전화를 해보니 나를 빼놓고 막 출발했단다.
워 이런 경우가 다 있느냐니까, 여행사측에서 나의 탑승장소를 잘못 이야기 했다고 한다. ㅠㅠ
그러면서 택시 타고 얼른 오라고 한다.
조금만 오면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나 원 참, 꼭두새벽에 나와서 택시까지 잡아타고 갈 때 알아봤어야 했다.
오늘 산행이 순조롭지 않음의 예고편인 것을.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탑승을 하니 뒷자리다.
멀미하면 어쩌나.. ㅠㅠ

자다말다 반복하다 보니 다 왔다고 내릴 준비하라고 안내를 한다.
주섬주섬 준비하며 창 밖을 보니 햇볕이 따스하고,
하늘은 파랗고..산행하기엔 안성맞춤이다.
내려보니 원래 들머리인 유일사 매표소가 아닌 고원휴게소 앞이다.
고도를 보니 900m를 훌쩍 넘었다.
높은 지형탓에 완전 날로 하는 산행이나 마찬가지다. ^^*


     


임도를 따라 500m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태백산의 품에 들어선다.
경사가 완만해서 그리 힘들이지 않은 산길을 사람들의 발소리와 사락사락 바람 소리가 가득 메운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의 눈으로 쌓인 좁은 등산로를 20분 정도 오르자 사길령 매표소가 나온다.


     


잠시 쉼을 하는 사람들을 스쳐지나 가파르기 시작한 산을 오르니
빽빽한 침엽수림 사이로 햇살이 눈 위에 쏟아져 내린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은데, 산길이 한 사람만 지나갈 정도로 좁아
뒤에 오는 사람이 많으니 마땅히 사진 찍으며 지체할 수가 없다.
아~ 아쉬워라.

좀 더 오르다 길옆으로 비켜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는데
아까 본 그 느낌이 아니라 별로다. ㅠㅠ


     

     


그렇게 700m 정도 더 오르니 팔부능선 안부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능선길이라 별로 힘들지도 않지만, 나무에 가려진 시야 때문에 조망은 별로다.
능선길을 30분쯤(대략 1.8Km) 가니 유일사 삼거리다.
앗! 그런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양쪽(유일사매표소와 사길령매표소)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모여
정상으로 가는 길이 급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ㅠㅠ
정체현상은 차도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족히 20여분은 지체될 거 같다. 에휴~
그래도 어쩌랴.
 예정된 코스를 가려면 나도 그 대열에 참여해야 하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느릿느릿 서행산행을 하니 이건 뭐, 산행이 아니라 고행일세.
이렇게 가느니 우선 간단하게 요기부터 하는 게 순서겠다 싶다.
청양고추와 파를 넣어 국물을 내고 컵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말아서 김치와 먹으니 더 이상 찬이 없어도 완전 최고다.
눈 속에서 먹는 라면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ㅎㅎ


     

     


점심을 먹고 다시 1km 정도 오르니 주목 군락지다.
그런데 주목이 많이 죽었는지 예전에 본 어린나무는 별로 없다.
심기만 하면 뭐하누? 관리를 잘해야지...ㅡ.ㅡ;


     

     


여기부터 정상인 장군봉까지의 400m 남짓 된 거리는 탁 트인 조망으로 멋진 풍광이 펼쳐져서
산을 오를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나도 그 틈에 껴서 파란 북쪽 하늘 아래 굽이굽이 펼쳐진 산등선을 바라보니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 자연이 주는 감동은 참으로 끝이 없다.


     


드디어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1,567m)에 올라보니 저 건너 천제단이 빤히 보인다.
300m 정도의 거리인데 빤히 보면서 가서 그런가 더 멀게 느껴진다.
아마 체력도 바닥을 향해 치닫나 보다. ㅠㅠ

천제단(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에 오르니 식사하는 사람들과
 태백산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북새통이다.
그 많은 사람의 차례를 기다리느니 그냥 멀찌감치서 아이폰으로 한 장 찍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계획은 문수봉을 거쳐 하산하려 했었는데 서행등산을 하다 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계획을 바꿔 만경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간다.
하산길도 사람들이 많아서 빨리 가려야 갈 수가 없다.
그 와중에도 눈썰매를 타는 사람이 몇몇 있다.

썰매 타다 사람들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대형사고일 텐데..하는 생각에 염려된다.
아니나 다를까 썰매 타다 바로 내 뒤에서 급정거하는 한 아주머니.
휴~ 서늘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찌릿! 소심하게 살짝 째려봐 줬다.^^


     

     


그렇게 눈길을 2km가량 내려오니 반재 갈림길이다.
잠시 쉬며 귤로 목을 축이고 다시 하산을 서두른다.
당골광장까지의 거리는 2km가 넘게 남았다.
계단과 지루한 임도의 하산길은 그나마 소복소복한 눈을 보고 밟으며 걸으니 지루함을 덜어준다.
저 멀리 쭉쭉 뻗은 침엽수 머리 위로 하얀 낮달이 등산객을 배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