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이 연두빛에서 진초록으로 바뀌는 무렵이면, 늘 생각나는 산이 있다. 축령산. 눈내리는 겨울이나 연두빛 봄이나 진초록의 여름이나 단풍고운 가을 가릴 것 없이 山이야 늘 좋지만, '樹海淸風'이라 불러도 좋을 맑은 바람이 불고 쪽동백이 조로록하니 진초록 잎새 아래 하얗게 필 무렵에 가장 좋은 산이기에 축령산이 생각나는 것이다. 올해는 좀 늦었다. 쪽동백이 조롱조롱 달리는 것은 청량산에서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햇살이 투명한 것까진 좋았는데 수해청풍이 불어오던 능선에는 이름도 무색하게 잊은 듯 건듯 부는 바람뿐. 덕분에 엄청 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산행내내 즐거웠던 것은 꽃들이, 새들이 눈과 귀를 호강시켜 주었기때문. 쪽동백의 낙화로 꽃길을 걷는 호사를 누렸고, 남들 필 때 꽃 피우면 관심을 덜..
무등산 쫓아갔던 산악회에서 한 해 동안의 무탈 산행을 위해 '축령산'에서 시산제를 드린단다. 축령산은 가깝기도 할 뿐 아니라 초록 바람이 아주 멋진 산이기에 초여름에 몇 번 갔던 산이다. 겨울 느낌은 어떨까 궁금해 일찌감치 신청하고 기다리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가랑비 내린다. 눈이 오지, 하필 비를 내려주신댜...ㅡ.ㅡ; 버스에 올라 창에 가득한 빗방울을 원망 어린 눈길로 본다. 한참을 흔들리던 버스는 축령산 부근까지 다 왔단다. 밖을 내다보니, 세상에나~ 눈꽃으로 나무가 하얗다. 아, 뜻밖의 행운이다. 축령산에 내려보니, 산 위는 물론이요 도로까지 하얗게 눈이 쌓였다. 삼월 첫날, 눈 쌓인 산행을 한다는 생각에 벌써 마음은 산등성을 향한다. 산행 전, 시산제를 먼저 드린단다. 운영진은 시산제를 위..
그래, 여기쯤이면 좋겠다 내 생의 골짜기 떠돌던 바람들 모아 바람의 집을 짓는다면 물소리 벗하고 구름도 잠시 쉬는 곳 하얗게 뼈를 뉘어 하늘을 보고 밤별이 고개를 넘으면 바람소리 들려줄 수 있는 곳 어느 날 인생은 적막했다고 바람들끼리 몸 부벼 울 수 있는 곳 .......... ....... 몇 년 전에 곰배령에 대한 글을 읽고, 언젠가 꼭 가봐야지, 했는데.. 얼마 전 자주 가는 곳에서 '곰배령 가는 길에서/바람의 집을 짓다.' 의 윗글을 보는 순간,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여기저기 곰배령에 대한 일정을 알아보고 지인들을 꼬드겨 산행신청하고 설레며 기다렸건만, 인원 부족으로 취소를 한단다. 어째 그리도 복이 없나 몰라..ㅡ.ㅡ; '이왕 맘먹은거 우리끼리 가자!'라 합의를 보고, 가는 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