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환상의 눈꽃산행

 

<민주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석기봉 능선..> 

ㅇ장 소 : 민주지산(1242m), 석기봉(1200m), 삼도봉(1177m)
ㅇ일 자 : 2009.1.10(토)
ㅇ소 재 : 충북 영동군,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ㅇ날 씨 : 맑음 그러나 엄청 추움
ㅇ코스 구간별 시간 : 황룡사-쪽새골-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계곡길-주차장

 

<설레임..그리고 출발>
갑작스레 신랑은 회사 워크숍을 가고,
딸내민 자신의 생일축하 파티를 집에서 하기로 했다며
엄마의 부재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
산악회의 게시판을 보니 벌써 마감. 그러나 혹시 하는 맘으로 대기신청을 했다.
다행히 취소자가 생겨 민주지산을 향해 순조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영동을 거의 다 가서 눈발이 날리는가 싶더니,
급기야 들머리를 30여분 앞두고 눈길에 미끌어진 트럭이 우리가 탄 산악회 차와 충돌.
옥신각신하느라 길에서 발이 묶였다. 다행히 30여 분을 잡아먹더니 해결이 되었다.

 

    

    

 

<산행시작-대략 11:10>
예상시간보다 지체되어 산행시간이 좀 줄어 들었다.
가뜩이나 아는 이 없이 산행을 하다 보니 앞당긴 시간에 마음이 조급하다.

들머리인 황룡사를 지나 물한계곡 길은 겨울 산의 정석대로 계곡은 얼어 두툼한 얼음장 밑으로
물소리가 간간이 들려, 그렇잖아도 심심한 산행길에 동무를 해 준다.
낙엽으로 된 산길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눈이 쌓인 산길이 시작된다. 마치 금이라도 그었던 것처럼 느닷없이 말이다.
아이젠을 해? 말아? 를 고민하며 계속 오르다 보니…,
더 이상은 눈 밑에 얼어붙은 빙판인지라, 아이젠을 하고 산길을 오르니…,
그때부터는 산길이 온통 눈밭이라 할 정도로 나뭇가지도 눈을 이고 있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자락에 마음은 벌써 능선 위를 걷고 있다.

 

<홀로산행은 힘들어>
그런데 몸은 너무 힘들다.
'군중 속의 고독'을 다들 아시는지?
산악회를 쫓아 많은 무리 속에 갔어도 아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산행을 하다 보니 몇 배 더 힘든 것 같다.

동행이 있다는 것은,
'대화' 나눔뿐 아니라 '힘듦'도 함께 나누는가 보다.

<민주지산 정상 도착-12:45>
느긋하게 눈꽃사진을 찍으며,
때론 살짝 간 사람처럼 나무에 말도 붙여가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민주지산 정상이다.

정상엔 칼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들.
상고대가 핀 나무들….
저 멀리 눈을 하얗게 품고 있는 능선….
어느 쪽을 봐도 너무 환상적인 풍경에 시린 손끝도 아랑곳 않고 셔터를 눌러댄다.
염치불구하고 모르는 분(같은 산악회 회원인 표시만 보고)께 내 사진을 부탁하여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찰칵!

<민주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각호산 능선..>

 

<석기봉을 향하며..>
다시 되돌아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좀 위험하다.
아니나 다를까, 앞선 분이 쭈르륵~ 미끄러지는 것을 보니 긴장의 연속이다.
시간은 점심때를 훌쩍 넘겼는데, 혼자 앉아 먹기도 그렇고 더구나 바람이 세차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하산해서 요기나 할 참으로 발걸음을 부지런히 석기봉쪽으로 옮긴다.
 
 

    

    

 

<산죽과 상고대에 홀딱 반해서..>
민주지산에서 석기봉, 삼도봉까지 가는 능선은
산죽이 양쪽으로 무리지어 있다.
바람에 사르락대며 호젓한 산길에 산꾼들을 배웅하는 모습이
예쁘고 산죽 뒤쪽으론 진달래 나무가 줄지어 있어,
봄에 오면 진달래 능선이 아주 볼만 하겠다.

시간을 보니 여유가 있다.
느긋하게 산죽과 나무에 핀 상고대에 푹 빠져
사진찍기 놀이에 빠지다 보니, 어느 정도 갔나?
바람도 없는 곳이 있어 요기하기 안성맞춤인 장소다.
나무에 배낭을 걸어놓고 온통 눈 천지인 곳에서 뜨끈한 커피 한 잔과 찰떡, 고구마로 허기를 채우니
이보다 더 맛있는 만찬이 있으랴~….

아, 꿀맛이다!

 <석기봉 도착-2:30>
그리고 다시 길을 가니 석기봉이 코앞에 다가온다.
그런데 그때부터는 암릉지대로 험하기가 이를 데 없다.
물론 우회 길도 있지만, 우회 길은 잘못 들면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던 팀장의 말이 생각나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암릉지대로 돌진.

눈과 얼음으로 쌓인 바위는 밧줄이 있긴 하지만 가파르기도 하고
양손에 있는 스틱 때문에 얼마나 힘들게 올라가야 했던지…. 어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석기봉은 눈도장만 찍고 저 멀리 보이는 삼도봉(충북, 전북, 경북이 만나는 지점)을 향한다.

 

                   <석기봉을 눈앞에 두고..>

 

<능선길에 만난 다녀간 사람들의 표식리본>

 

<석기봉에서 본 민주지산 정상(맨 끝 왼편)쪽 능선..>    

 

<산에서 만난 사람은 다 친구다>
그런데 아이젠을 하고 산행을 하니 힘이 들었던지, 종아리가 벌써 묵직하다.
삼도봉을 향하던 발길을 돌려 좌측 탈출로 쪽으로 내려 가려 되돌아오니,
여자분 두 분(같은 산악회원)이 오시며 벌써 삼도봉에 다녀왔느냐고 한다.
힘들어서 그냥 하산하려 한다고 하자,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삼도봉을 안 찍고 갈 수 있느냐며
인삼사탕을 하나를 주곤 입에 넣고 가라신다.
(사탕 하나에 홀라당 넘어간 덕분에 멋진 삼도봉에 오를 수 있었다. 알지도 못한 그분이 얼마나 고맙던지….)

<삼도봉 도착-3:10 그리고 하산-4:20분 완료>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형상으로 표지석이 되어 있다.
표지석치곤 무지 멋을 부렸네.ㅎㅎ
삼도봉에서부터는 꽤 먼 거리가 계단으로 된 하산길이다.
반대로 올라오는 분들이 간혹 있었는데, 아..죽음의 계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계단이 끝나자 키 자람을 한 나무들의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호젓하니 아주 운치가 있다.
혼자서도 아주 좋은, 그러나 동행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싶다.

 

    
<저 위가 삼도봉이다>                       <하산길의 전나무 숲길>

 

꽁다리)추운 날에 손끝이 시리다 보니 가뜩이나 사진 찍는 기술도 부족한데,
          허접한 사진이 되지 않았나 하면서도 민주지산 정상에서 본 설경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만큼 아주 멋졌기에 못 가신 분들 눈요기나 하시라고 몇 장 올립니다.^^
         제대로 점심을 먹지 못했어도 허기는 참을 만 했는데, '대화'가 엄청나게 고픈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