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처녀치마]..짧은 만남, 긴 여운

 

주말엔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대 예보.

이번 주가 아니면 올해의 '처녀치마' 만나기는 물 건너 갈텐데...

아쉬운 마음을 주말 비 소식에 접어야 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멀끔하다.

아, 아깝다.

오후 비가 간간이 오겠지만, 후딱 가서 처녀치마만 보고 와야겠다 싶었다.

달랑 커피 담을 보온병과 카메라만 챙겨 삼각산을 향해 내달렸다.

중간에 커피를 사서 담고, 요깃거리로 떡을 하나 사서 출발.

 

숨은벽 능선이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그래, 예정대로 아까운 능선도 다 두고 계곡길을 택하자.

밤골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처음 보는 녀석이 눈을 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메모리카드도 없는 카메라를 덜렁 들고 나왔다. 어휴..덜렁이!

아쉬운 대로 휴대폰을 꺼내 찍어준다.

오늘의 숙제다. 이 녀석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

 

* 나중에 알아본 결과, ↗녀석의 이름은 족도리풀(만병초)란다.

 

혹여 비를 만날까 싶어 조급한 마음을 '아기별꽃'과 '현호색', '노랑제비꽃'이 달래준다.

이름을 한 번씩 불러주며 거의 백운대 북측능선 바로 밑까지 올라갔다.

작년에 무리지어 피던 곳에 가까이 갔는데도 처녀치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 너무 늦게 왔나 보다.

 

 

<휴대폰으로 찍어 흐릿한 모습의 '처녀치마'와 '산철쭉'>

 

한참을 두리번대는데, 저 멀리에 처녀치마의 잎이 너울대고 있다.

아, 반가워라.

사람이 손을 댈 수 없는 가파른 곳에서 비에 젖어 함초롬하니 새침을 떨고 있다.

좀 더 올라가 보니, 역시 여기저기에 처녀치마의 모습이 있긴 한데,

올해는 너무 늦게서야 왔나 보다.

활짝 개화를 마친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비에 젖은 꽃잎이 안쓰럽다.

 

그래도 일 년을 기다려 만난 처녀치마기에 매우 반갑고 좋았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 인사를 하고 빗방울이 후둑대는 산을 내려오는데,

나도 봐 달라는 듯이.. 산철쭉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작년에 만난 '처녀치마...200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