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품에 안긴 하루..

 

 

ㅇ장 소 : 운악산(935.5m)
ㅇ일 자 : 2009.10.24(토)
ㅇ소 재 : 경기 포천군 화현면, 가평군 하면
ㅇ날 씨 : 맑음
ㅇ코 스 : 운악휴게소-매표소-운악사-망경대-정상-애기봉-병풍바위전망대-대궐터-
             치마바위-무지치폭포전망대-운악휴게소


좋은 것은 혼자 볼 때보다, 여럿이 함께 보면 그 좋은 느낌이 두 배가 된다.
그래서 친구

(포괄적인 의미)

들에게 가을을 만나러 가자고 꼬드겼다.
산행길에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자랑질을 한 '원산지-관악산'표 도토리묵을 쒀가기로 약속했다.
금요일 일찍 퇴근해서 지난 번에 남겨둔 도토리 앙금으로 묵을 쑤는데 더럭 걱정이 앞선다.
혹여, 되거나 질거나 해서 말 그대로 묵사발을 만들면 어쩌나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묵을 만져보니 탱탱한 것이 세 번 만들어 본 중에 제일 잘 됐다.
서둘러 양념장과 점심을 준비하고 약속장소에 가니 반가운 얼굴들 한 둘이 먼저 와 있다.
서울에서 운악산까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
그런데 좀 막혔다.
우리처럼 가을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이 다 나온 모양이다.
운악산 입구

(포천 쪽)

에 도착하니 먼저 온 일행이 방긋 웃으며 우리 일행을 맞는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산행할 운악산 정상을 눈을 들어 올려보니,
가을이 물씬 내려앉은 모습이 황홀하다.
발걸음은 무거운데,
마음은 벌써 산 중턱을 향해 치닫고 있다.

친구들의 우스갯소리는 산행할 때 비타민과 같다.
힘이 들만 하면 한 번씩 웃겨주는 통에
산행하는 내내 힘든 줄 모르고 다녀왔으니까. 

 

포천 쪽으로 오르는 능선은 거의 바위로 이루어져, 오를 때 재미가 쏠쏠한 코스다.
그런데 포천시에서 원치않는 친절을 베풀어 곳곳에 나무계단으로 도배하여 산행 재미가 반으로 뚝 떨어졌다.

- 어휴, 예산이 얼마나 많기에 이렇게까지 만들었을까?
- 요즘은 산마다 이렇게 해 놓았네, 자연보호라지만 과잉 보호야.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
 

 

 

 

 

 

 

 

 

 

어느 정도 올라왔나?
잠시 쉬며 '마으미표 도토리묵'을 먹기로 했다.
곁들인 야채도 없이 양념간장만으로 먹었지만,
산에서 먹는 맛은 더 특별했다.

너무 쫄깃거려서 칼질이 되지 않는다는 장난스러운 너스레와
맛있다는 칭찬이 그동안 어설퍼 보이는 주부이미지를
한 방에 날린 듯하다.
뿌듯! ^^ 므흣!^^

  

 

     

 

     

 

 
눈이 가는 곳마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 덕에 점점 메말라 가는 감성이 촉촉하게 만드나 보다.
일행의 얼굴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르는 걸 보니.
혼자, 또는 어울려 사진을 찍으며 온전하게 가을 산을 만끽한다.
그렇게 즐기며 산을 오르니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올랐다.
모두 정상 표지석 앞에서 다녀온 흔적을 남기느라 분주하다.^^

배꼽시계가 알람을 울리는 것을 보니 점심 먹을 때가 훨씬 지났나 보다.
멋진 산세에 취해 점심 먹을 것도 잊었나.....? ^^

점심을 먹고, 다시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운악산의 멋진 바위들이 한껏 뽐내고 있다.

- 우와~ 멋지다. 저것 좀 봐봐..

병풍처럼 둘린 모습이 어찌나 멋진지..우리는 마치 제 것인 양 서로에게 보라고 부추긴다.
사진도 찍고, 눈에도 넣고, 마음에도 담고...^^

 

 

 

 

 

    

 

 

산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가진 것을 미련없이 내려놓는 나무들은, 세파에 찌들고 욕심에 치인 마음을 다독여 준다.

'이렇게 내려 놓으면 한결 가벼워 진단다....'

여름의 푸른 녹음이 뿜어내는 습기도 없고, 늦 가을의 바람에 부셔지는 낙엽의 스산함도 없이
조금 빨라도 갖 떨어진 낙엽이고 조금 늦어도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 참 좋은
가을 산행이었다. 


꽁다리) 운악산 자락에서 감국을 한아름 따 와서 감국차를 만들었다.
           아침에 한 잔 마셔보니 국화향이 은은하니 좋다.
           올 겨울 내내 향긋하게 지낼 것 같다.^^ 

           

 

 

 

감국차 만드는 법은요...  ←궁금하면 클릭! 

       
2009. 10. 28.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