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에서 가을을 맞다.

 눈부시게 좋은 날,

집안에서만 동동대면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래서 나섰어.

 

 

 

몇몇 마음 맞는 친구들을 꼬드겨서 도봉산을 올랐다.

도봉산은 삼각산과 더불어 암릉지대와 부드러운 능선이 적당하게 있어 산행하기 아주 재미있는 산인데

지척에 두고도 거의 일 년 만에 찾아왔다.

그래서 그런가 멀리 보이는 선인봉의 모습에 벌써 설렌다.

 

도봉산역부터 사람들로 바글바글...

서울사람들 다 모인 거 같다.

 

 

사람들에 치이는 것이 싫지만, 제일 괜찮은 코스라

다락능선을 택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늦더위에 기온은 높고,

가을볕은 어찌도 그리 따가운지..

바람 한 점 불지 않으니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벌써 지친다.

친구들 역시 지치기는 매한가지.

빡시게 몰아치려 했던 계획은 접어두고, 널널하게 산행하기로 했다.

일단 그렇게 마음먹으면 발걸음도 더 가볍다.

빨리 가라고 마음에서 계속 재촉하지 않아 그런가? ^^*

 

설렁설렁 다락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만장봉과 자운봉의 장중한 모습이 우뚝 눈앞에서 그 위용을 떨어낸다.

누구나가 그 앞에선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나 보다.

여기저기서 '우와~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들리는 거 보니.

바위로 된 봉우리마다 어쩜 그리도 잘 생겼는지...

사진 몇 장을 찍어주며 너희 덕분에 서울이 빛난다고 칭찬을 해 줬다, 물론 맘속으로.^^

 

 

 

 

 

 

 

 

 

포대능선은.. 주말엔 일방통행(사패산에서 삼각산 방향으로)인데 모르고 올라오신 분들이 국립공원 지킴이들과 언쟁을 한다.

잠깐만 갔다 오면 안되냐는고 살살 구슬리는 사람들..

왜 막느냐며 젊은이(국립공원 지킴이)들에게 벅벅대는 사람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막무가내를 부리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연을 덜 훼손하게 하기 위함이요,

일 년에 몇 건씩 나는 인사사고를 줄이기 위함인데 어찌 저럴까.

나도 더 나이가 들면 괜한 고집을 피우게 될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썬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아직도 햇볕을 피해 그늘을 찾는데 자연은 벌써 가을을 품느라 바쁘다.

여름꽃인 며느리밥풀꽃이 지는 대신 연보라빛 벌개미취가 능선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바위틈에서 자란 억새와 담쟁이 덩굴이 곱게 단장을 하고..

작은 나무둥치 밑에서 자란 이름 모를 버섯이 가을 느낌을 물씬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뻐서 찰칵찰칵!!

 

 

 

사람들로 바글대는 신선대는 눈길만 한 번 주고, 바로 하산길로 접어든다.

마당바위를 거쳐 도봉동 매표소까지 이어진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 지루함을 달래려 한 친구가 시를 몇 편 읊으며 앞서간다.

덕분에 즐거운 하산길이 되었는데 고맙단 말도 잊었네.

 

 

 

 

거의 다 내려와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물에 내려앉은 햇살이 발등을 간지럽히며 또 오라고 속삭인다.

2009. 9. 5.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