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다녀왔습니다.

 

ㅇ장 소 : 한라산(1,950m)
ㅇ일 자 : 2009.8.18(화)
ㅇ소 재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서귀포시

ㅇ날 씨 : 맑음(정상엔 비..)
ㅇ코스 구간별 시간 : 
   성판악입구-속밭-사라무인대피소-진달래대피소-백록담-용진각대피소-탐라계곡대피소-관음사안내소
   (18.3km /휴식포함 7시간 소요)

 

드디어 휴가길에 올라씁니다. 꿈에 그리던 한라산을 향해.. 
여행사 소개로 들머리인 성판악과 날머리인 관음사까진 편하게 이동할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약간의 경비를 치렀더니 맛좋은 점심도시락까지 주더군요. 

 

근데, 우여곡절이 있어 좀 늦게서야 들머리에 내리게 되었답니다. 그 시각이 10시.
진달래대피소엔 늦어도 12시 30분에 통과해야 백록담 통과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말에
빨치산 산행을 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는 9.6km로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그래도 사진은 좀 찍어줘야 하는데....
성판악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현무암으로 된 돌 길이 나타납니다.

양 옆은 큰 산답게 나무들이 숲을 이뤄 한 여름인데도 나뭇잎이 햇볕을 가려줘 그늘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빠른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는 두 배 빠르게 움직이길 반복합니다.                

첫 산행이라 그 거리도 가늠이 안될뿐더러, 여는 산과는 달리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니 마음은 한결 조급하기만 합니다.

 

5km를 조금 더 오니 대피소와 간이화장실이 있는 샘터가 나옵니다.

물맛이 좋다고 꼭 먹어보라 했으니 한 모금 먹기는 하는데, 그리 시원하진 않네요. 

 

물병에 물을 보충하고 다시 씩씩하게 오르니 

어디선가 웅성웅성, 두런두런...사람소리가 납니다.
네, 드디어 진달래대피소(해발 1,500m)에 올랐습니다. 

시간을 보니 12시가 조금 안됐군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곳부터 정상인 백록담(해발 1,950m)까지는

매우 가파르기에 충분한 휴식을 하라더군요.
.

 

 

 

잠시 쉼을 하며, 쵸코바 하나를 오물거립니다. 그러면서 점심을 먹을까 그냥 갈까 저울질을 합니다.
내처 걷기로 작정을 하고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점심을 먹으면 속은 든든하겠지만, 가파른 등산길에 헉헉거리기 십상이라 차라리 조금 배고픈 것이 나을 것이란 판단을 하였는데,
어휴..정상까지 가면서 배고파 죽는 게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금방망이>

 

<흰이질풀>

<한라돌쩌귀>

            

해발 1,600m가 넘자 구상나무가 많이 눈에 보입니다..바람에 고사목이 된 모습 또한 멋지고요..
해발 1,800m 위로는 나무들이 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야생화가 많네요. 

아무리 바쁜 발걸음이라 해도, 처음 보는 녀석들과 눈맞춤은 해야 한라산에 온 보람이 있겠지요?
방긋 웃는 녀석들을 카메라에 바쁘게 담습니다.
그리곤 다시 부지런을 떠는데 고도가 높을수록 발걸음은 천근만근, 더디기만 합니다.

 

 

빤히 보이는 정상까지 이어진 나무계단이 그렇게 힘들 줄이야...
배도 고프고, 설상 가상으로 빗방울까지 후드득댑니다.

드디어 산행시작 3시간 만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봐도 꿈에 그리던 백록담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 가도 보기 쉽지 않은 백록담이라 하더니, 짙은 안개가 정상에 있는 사람들까지 삼키려 합니다.

나무울타리가 있어서 그 너머가 백록담인가보다..짐작할 뿐입니다.
세상에, 물고인 백록담 하나 보겠다고 달려왔건만...
어쨋거나 증명사진 몇 장 찍고는, 더 거세지는 빗방울에 우의를 꺼내 입습니다.

정상에서 밥 먹으려 했는데, 우짜나...
비에 밥 말아 먹어야 할 처지지만, 워낙 배가 고픈 터라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칩니다.

- 와~ 백록담이 보인다! 

 

 

 

아주 순식간에 운무가 걷히고 그 모습을 보여주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사람들이 너나 할 거 없이 나무 울타리 앞으로 모여 환호성으로 백록담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세례를 퍼붓습니다.
제주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만수를 기대한 것은 욕심이었더군요.
그래도 제법 물이 고인 모습을 보며 사진을 고작 두 장 찍었는데, 순식간에 모습을 보여준 백록담은
다시 운무 속으로 들어가 영영 나오질 않습니다.
나도 두어 장 찍고, 옆에 있는 학생에게 부탁해서 내 사진도 찍습니다.
(나중에 보니 멀리 백록담을 담느라 마음~인 큰 바위 얼굴로 나왔습니다.^^)

 아 참, 백록담 근처에서 노루도 한 마리 봤습니다.^^

신기해서 집에 와 신랑에게 자랑했더니,
- 제주에서 쌔고 쌘 게 노루야! ...하더군요.
정말입니까? 아무튼, 그 말에 기가 팍 죽었습니다. ㅡ.ㅡ;

아무튼, 다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엽니다.
아주 꿀맛입니다.
배고플 때 먹으니 뭐든 맛있고, 내 입에 딱 맞는다는 생각조차 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식구들에게 실행을 함 해봐야겠습니다. 그래야 반찬 투정을 하지 않을 테니...^^;

 

 

 

    

 

시간을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 2시가 막 지나갑니다.
백록담에서 날머리인 관음사까지의 거리는 8.7km...이제 하산길을 서둘러야겠습니다.
5분 정도 내려오니 백록담 뒤편(어리목으로 추정)이 멋지게 펼쳐집니다.

아아, 정말 멋집니다.

도대체 궁금한 건 왜 이렇게 많은지...홀로산행에선 그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조금 내려오다 보니 나무계단공사 하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 수고하십니다.
- 아, 예...조심해서 내려가세요.
-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그리곤 저 멋진곳은 도대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느냐 물으니, 거긴 통제랍니다.
그럼 그 지명은 어찌되냐하니, 잘 모른다며...어리목으로 올라가면 저곳으로 갈 거 같으나 통제되어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 휴식년제 들어간 그곳인가? 하고 속으로 추측만 합니다.

 

 

 

 

 

 

다시 하산길을 재촉합니다.
성판악에서 관음사까지의 산길은, 내내 현무암의 너덜길과 나무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마 내가 살면서 밟은 돌의 수보다 한라산 산행에서 밟은 돌이 더 많지 않나 싶습니다.
그만큼 돌이 많은데, 비에 젖은 돌이 혹여 미끄러울까 봐 하산길 내내 발끝에 온 신경이 다 가 있습니다.

멀리 산뜻하게 단장한 대피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앞을 지나치는데 누군가 부릅니다. 아침에 같이 차를 타고 왔던 가족팀이 잠시 쉬었다 가라 합니다.
그냥 갈까 하다, 발도 숨을 좀 쉬게 해줘야 할 거 같아 대피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향나무인가? 아주 좋은 나무 향이 먼저 반깁니다.
신발을 벗고 간만에 느긋한 휴식을 취합니다.
나무 향이 신발 속의 쾌퀴한 냄새와 땀이 밴 몸을 갈무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몸이, 맘이 산뜻해지니 한결 가벼운 발걸음이 되어 다시 관음사를 향합니다.

 

 

   

가파른 계단의 연속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긴장해서 그런가, 아주 조심스레 걸으니 하산길에도 땀이 송골송골.
가파른 길이 끝나는가 싶더니 깊은 계곡입니다.
그런데 물은 하나도 없이 알몸을 드러낸 채, 새로이 마련된 철제다리를 높다랗게 이고 있습니다.
철 다리라고는 하나 길이가 길어 사람이 지나가면 출렁출렁...
아이고 무서워. 내가 젤로 싫어하는 다립니다.

그래도 중간에서 사진을 찍는 여학생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달라고 했지요.
(지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다리가 흔들렸나 봅니다. 내 사진은 선명하질 않네요. ㅡ.ㅡ;)

그 이후부터는 아주 가파른 길은 별로 없습니다.
간혹 깎아지를 듯한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갔다 하는 구간이 있기는 하나,
그리 어렵지 않은 길입니다. 그런데 하산길의 모양이 비슷비슷하니 지루하기 짝이 없군요.


하산하면서 계곡을 만나기는 하나, 마치 습지처럼 고인 물과 어두운 빛깔의 돌들, 계곡주변의 모래까지도 검습니다.
그리고 천길낭떠러지가 간혹 보입니다. 아, 물론 나무울타리로 막아놓고 경고문까지 붙여놨습니다.
(궁금해서 슬쩍 울타리 사이로 보다 기겁을 했습니다.^^;;)

 

 

<구상나무와 고사목>

<제주사약채>

<분취>

<네귀쓴풀>

 

 

내려오는 길은 거의 숲길이어서 따가운 햇볕도 가려주었지만 바람 한 자락 없어 후덥지근합니다.
세상에 제주에는 바람이 많다더니만, 그 바람은 다 어디로 갔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엉뚱한 생각하며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야영장이 보이고, 넓은 잔듸가 보이는 관음사매표소네요.
아, 드디어 산행을 종료합니다.
시계를 보니 5시, 걱정을 많이 했던 한라산과의 첫 만남은 아주 양호하게 마쳤습니다.

일곱 시간 동안 한라산 품에 폭~옥 안겼다 나온 느낌은...마치 꿈 한자락을 꾼 것 같습니다. 
산행기를 쓰는 이 시간에도 백록담에서 본 노루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바람이 많아서 겨울 눈꽃이 특히 멋지다던데...다시 한 번 백록담에 오를 꿈을 꿉니다.^^

꽁다리) 한라산에서 만난 꽃들 이름을 달았습니다. 혹 틀린 것이 있으면 정정해 주세요.   


2009. 8. 20. 마음~

 

덤으로...

<가시 엉겅퀴>

<산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