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절한 [관악산]

ㅇ장 소 : 관악산(629.1m)
ㅇ일 자 : 2011. 6.11(토)
ㅇ소 재 : 서울 관악, 경기 시흥, 과천, 안양
ㅇ날 씨 : 맑음
ㅇ코 스 : 남현동-마당바위-연주대-암능지대-국기봉-자운암-서울공대

오랜만에 관악산에 올랐다.
준비랄 것도 없이 약간의 간식과 커피만 가지고 가니 몸은 가볍지만
기온이 한 여름을 방불케 하니 오랜만에 접한 산이라 슬쩍 겁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산을 멀리한 효과가 지대로다.
들머리부터 버겁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숨이 가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잠시 숨 고름을 하는데 모르는 꽃이 환하게 피어 있다.
꽃 이름은 정확하진 않지만 으아리종류 같다. 예쁘게 사진을 찍으며 눈 맞춤을 하고
이름은 나중에 불러주마~!..했다.^^
 

   
  <으아리>                                               <산벚나무 열매>

사람들은 이렇게 예쁜 꽃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열심히 잘도 오른다.
뒤에 오던 사람들에게 자꾸 내가 추월당하는 걸 보니
내가 비실대는 모양이다.
속이 허해서 그런가?
떡 하나와 커피로 속을 채우니 그나마 힘이 난다.
뭐, 날아가진 못해도 제법 속도를 붙여 산행 재미를 붙인다.

     

 앗, 그런데 저것이 무엇이다냐?
암릉구간에 철계단이 떠억 버티고 있다.
사고가 날 만큼 위험구간도 아닌데,
엄청 친절해진 관악산이 됐다.


산행의 참 맛은 내 몸과 힘에 맞는 만큼의 보폭과 리듬을 타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 힘도 덜 들게 되는데
계단을 오르는 것은 보폭과 리듬과 높이를 미리 정해놓았기에
리듬타는 흥겨움도 없을 뿐더라 체력과 상관없이 보폭과 높이를 계단에 맞추어야 한다.
국정교과서처럼 미리 정해진 발걸음을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다리가 무겁다.
더구나 철계단이라니, 거 참..ㅡ.ㅡ;

눈을 들어 산세를 휘휘 둘러 볼 여유도 없이
혹여 발을 헛디딜까, 하는 염려로 발 밑만 보고 오르니
산행 재미가 제로(0)로 곤두박질하는 기분이다.
연주대까지 쭈~욱 이러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만들던 사람도 힘들었는지
아직은 두 구간만 그 모양으로 친절을 떨었다.

     

오랜만에 온 만큼 천천히 산세를 즐기며 오르다 보니 연주대가 코앞이다.
잠시 쉼을 하는데 20~30십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하산길을 몰라 헤맨다.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친절하던가? ㅎㅎ
관악산 정상에서 날머리까지 최단거리면서 아주 멋진 코스를 슬쩍 알려주니
그때부터는 자연스레  동행하게 되었다.

과일을 권하니 처음엔 쭈뼛하던 아가씨가 나중엔 잘도 받아먹으며
재잘대기도 잘한다.
일행이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기에 사진도 찍어주니 무척 좋아라 한다.
이뿌다. 그 젊음이..^^

하산길에 만난 나와 친한 '목마른 소나무' 에게 남은 물을 주니
'그거 키우시는 거에요?' 한다.ㅎㅎ
이번엔 소나무 옆 팥배나무에도 눈길을 한 번 줬다.^^

그렇게 노닥대며 하산을 하니 눈에 익은 자운암이 보이고..
후두둑 낙화를 시작한 때죽나무꽃이 아쉬움을 전하고 있었다. 

자운암에서 젊은이 4명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산길에서 허둥대기는 했어도 금새 활기를 찾는 젊음이 부러워 다시 한번 눈길을 주었다.
그렇게 관악산은 사람과의 흥겨운 인연을 맺어주는 선물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