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화원, 곰배령에 가다.

 

   곰배령..
   山도 아니고 峰도 아닌, 嶺인곳..
   그러나 1,000고지가 넘는 곳이기에 만만한 곳은
   아닐 듯....싶다.
   역시 처음부터 만만하지가 않다.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니…. ^^;

   하루 입장객 200명으로 제한을 한단다.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니 투덜댈
   일도 아니다.


아무튼, 2년 전부터 시작된 곰배령 앓이(http://maum04.tistory.com/7514710)를 드디어 풀었다.
그런데 너무 오랜 그리움탓일까?
그 그리움의 끝은, 너무 아쉬웠다.
    

     
<이곳에서 예약한 사람의 신분증 확인 후 입산허가증을 교부 받아야 들어갈 수가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들풀의 현명함을 배워오는 것이 좋다고 같이 간 지인이 귀띔한다.

- 와~ 멋진 말이다.
- 뭐라고? 다시 한번 해 봐봐.
- 나눠준 책자에 쓰여 있던 글귀인데….

그랬다.
곰배령은, 들풀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좋을 곳이었다. 

 

 

 

 

 

 

차량 지체로 좀 늦게 도착을 했다.
시간이 늦어서 서둘러 올라야 하는데
들머리부터 피어 있는 동자꽃이 자꾸 내 발을 붙잡는다.
동자꽃에 눈 맞춤 하니 말나리도 한번 봐 달라 보채고...ㅎㅎ

관리소부터 곰배령까지 왕복 산행시간은 휴식포함 4시간이면 넉넉하다.
그러나 야생화에 정신 팔려서 사진 찍다 보면 늘 뜀박질해야 하니…. 거참!

야생화 천국이라다니, 아직 철이 이른가? 아님 너무 늦었나?
5만 평 정도 되는 평원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으리라 했는데,
꿈이 너무 야무졌나보다. ㅡ.ㅡ;
더구나 사진에는 없던 나무 덱으로만 가도록 제한하니…. 에구구~
둥근이질풀을 비롯한 몇몇 종의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눈 마춤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점봉산 가는 길도 통제되어 있어 몰래 갔다간 벌금을 물어야 한다니
착하게 나무 덱 안쪽에서만 조망하고, 사진 몇 장 찍고 내려와야만 했다.
아, 2년을 벼르고 별러 왔는데, 좀 허.무.하.다.

곰배령은 경사가 완만하여 할머니들도 콩 자루를 이고 장 보러 넘어다니던 길이란다.
그러니 가족단위의 탐방코스로 훌륭할 뿐 아니라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아름다운 산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곰배령으로 오르는 길은 진동계곡을 끼고 오르니 내내 물소리로 귀가 즐겁고 기온이 낮아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초입부터 이어진 단풍나무숲 덕분에 그늘은 햇볕을 가려주니 트레킹으로써는
어찌 이보다 더 좋을수가 있을까 싶다.

 

 

여름산행지로도 좋겠지만,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진동계곡은 단풍이 곱게 물들 쯤이면
더 아름다운 산행을 할 수 있으리라.
아무튼, 야생화 천국이라던 정상부근보다 오르내리는 길이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