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홀딱 반했어!

지난 토요일,
관악산을 그리 다녔어도 처음으로 오른 육봉능선은 내 맘을 홀딱 빼앗아 버렸어.
스릴을 맘껏 느끼며 오르락내리락 하던 그 암릉지대의 기억이 어찌나 좋았던지
하산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와봐야지..했지뭐야..^^

그래서 또 갔어.
왜냐하면, 그 능선은 맑은날이 아니면 오르기 쉽지 않고,
순 바위투성이라 비나 눈이 오면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았거든.
혹여 날씨라도 추워지면 손끝이 시려 나 같은 초보 산꾼에게는 버거울 것이란 생각에 때문에
주말이 되자마자 아쉬움을 달래려 다시 육봉능선을 향해 내 달렸어.^^*
모든 봉우리를 밟아봐야지..하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매고서 말이야..
이번엔 내친김에 육봉능선을 지나 삼성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팔봉능선까지 밟아 보기로 마음먹었어.

육봉능선의 긴 슬랩이 위험하긴 했나 봐.
지난주엔 없던 굵은 밧줄이 하나도 아닌, 세 개씩이나 설치되어 있지 뭐야.
근데, 난 밧줄을 잡고 오르지 않았어.
왜냐면 그것이 내겐 더 위험해 보였거든. 내가 잡고 올라가는데 밑에서 또 다른 사람이 잡는다고 흔들어대면
나같이 체중이 얼마 안 나가는 사람은 공중에 매달릴 것 같았기 때문이야.
그런 이유도 있었고, 밧줄이 설치되니 우회하던 사람들도 다 그 스릴을 느끼며 오르려 줄을 섰었거든.
그 차례를 기다리려면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릴 것도 뻔하고.

한 번이지만, 경험이 이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할 줄 몰랐어.
바위틈을 확인하며 내 손과 내 발에 의지해서 오르는데도 바위에 몸이 착 안기는 것 같다면 과장이었을까?
아무튼, 릿지산행은 매우 신나!

이번엔 디카를 가져가서 맘먹고 사진도 실컷 찍었어.
멋진 관악산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은, 서로 풍경이 되어주어 아주 멋진 모습이었단다.
한 봉, 한 봉..다 밟으며 오르니 아쉬웠던 체증이 다 풀리는 것 같아서 참 좋았어.

그리고 방향을 틀어 팔봉능선을 향했어. 근데 아무리 봐도 시간상으로 삼성산까지 가기엔 촉박할 거 같았어.
이곳은 초행길이라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팔봉능선의 끝(1봉)을 지나면 무너미고개인데 거기서 서울대 쪽으로 하산해도 된더더구나.
사진 찍느라 천천히 올랐더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삼성산까지 가기엔 무리였거든.

아무튼 팔봉능선도 아주 좋았어.
그쪽은 위험한 데도 없고, 마치 자운암에서 연주대로 오르는 바위길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팔봉능선도 하나씩 다 밟으며 내려오니 무너미고개라 하는 곳인데, 그때부터 날머리인 서울대입구까지는 너무 지루한 길이었어.
흙으로 된 산길은 가물어 먼지가 풀풀 날리고, 계곡은 물기라곤 전혀 없이 바위가 알몸을 드러내고 있었어.
비가 오긴 와야 할 텐데..가물어도 너무 가물었더라.
지루한 긴 하산길을 터벅대니 드디어 서울대쪽 매표소가 나오고,
야생화를 가꾸는 곳에 가서 야생화들과 눈맞춤 하며 사진도 몇 장 찍어주곤 산행을 마무리 했어.

산행의 재미를 글로 쓰니 그때 느꼈던 즐거움을 반도 표현 못 하겠네.
그 즐거움을 느끼고 싶으면 다음에 같이 가볼래?

<관악산에서...200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