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언제라도 멋져!

 

ㅇ장 소 : 설악산(1,707.9m)
ㅇ일 자 : 2008.8.22~23
ㅇ소 재 : 강원 속초시, 양양 서면, 인제 북면
ㅇ날 씨 : 비오다 갬
ㅇ코스 구간별 시간 : 오색-설악폭포-대청봉-중청대피소-소청봉-쌍룡폭포-봉정암-수렴동대피소-백담사-용대리주차장(25Km)

 

몇 주 전부터 무박으로 설악산을 가려 했는데

비가 와서 연기를 했건만,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비가 온다. 것도 많이.

취소를 해야 하나 망설이다 강행하기로 결정.

설악을 향해 가면서 날이 개기만을 기도한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드뎌 오색에 도착하고 보니 아직 입산이 안되나 보다.

3시부터 입산을 허용하는데 30여 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우리 일행은 강제로 빗장을 풀고 산행을 시작한다.

다행히 비는 주춤대더니 그친 상태라 얼마나 고맙던지….

 

비가 많이 온 탓인지 거센 물소리만이 어둠에 싸인 설악을 장악하고 있을 뿐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설악 품을 파고든다.

 

얼마쯤 올랐을까?

천둥소리와 같이 요란한 폭포소리가 우리 일행을 압도한다.

랜턴을 비춰보니 물 떨어지는 끝은 안보이고 어둠 속에 보이는 것임에도 아주 장관이다.

혹 설악폭포가 아닌가 싶다.

 

마음은 성큼성큼 오르고 싶은데, 몸은 왜 그리도 무겁던지….

오색에서 대청에 오르는 길은,

몇 년 전에 왔던 길과는 사뭇 다르게 잘 포장(?)해 놓은 계단이 더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대청을 향해 오른다.

날이 좋았으면 쏟아지는 별들도 보고, 일출도 볼 수 있으련만….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아...반달이 보인다. 그 옆엔 별도 두어 개 보이고….

날이 개려나?

그러더니 금세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춰버린다.

잠깐씩 휴식할 때마다 요기해서 그런가 점차 체력도 회복되는 것 같다.

 

뿌옇게 날이 밝아온다.

구름이 흩어지는 것인지, 이슬비가 내리는 것인지…, 몸이 축축해 온다.

얼른 우의를 덧입고 대청을 향해 오르는데, 날이 밝으니 어둠에서 못 보던 설악이 눈에 들어오며

예쁜 야생화들이 먼저 반긴다.

- 어머! 예쁘기도 해라.

날이 좋았더라면 사진을 맘껏 찍으련만…. 카메라 꺼내기가 귀찮아 눈에만 넣어본다.

 

어느덧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이다.

돌무더기 한가운데 우뚝 정상석이 서 있다.

아무래도 한 장 찍어야겠다 싶어

대청봉 정상에 올랐다는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정상에는 안개가 자욱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지척에 있는 중청대피소조차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한여름인데도, 으슬으슬 춥고 손이 시리기까지 하다.

얼른 대피소에 가서 아침을 먹어야지~

20여 분 너덜길을 내려오니 중청 대피소가 있다.

대피소 안엔, 밤을 새운 사람들과 야간산행을 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북어국과 햇반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다시 하산길을 서두른다.

 

대청봉에서 백담사까지의 코스는 완만하여 그리 어렵지 않다 한다.

그렇지만, 초행길이라 사뭇 기대가 된다.

산길 우편에 자리한 용아장성의 멋진 모습을 보기 기대하며….^^

 

    

    

 

1시간 남짓 내려오니 봉정암에 도착한다.

암자치고 그 규모가 꽤 큰 편인 것 같다.

법당 뒤편으로 펼쳐진 바위들의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넋을 빼고 보다 사진을 찍어본다.

그러나 살짝 안개에 가려져 눈으로 본 모습은 십 분의 일도 멋진 모습을 담지 못한다.

아쉬워 이리저리 찍어보지만, 우중에는 무리인가 보다.

 

봉정암을 지나면서부터는 멋진 바위를 품은 설악의 모습에 감탄을 연발하며

눈의 즐거움을 한껏 즐긴다.

그 멋진 모습도 잠시, 작년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지고, 심지어는 물길의 방향도 엉뚱하게 다른 곳으로 틀어져 있기까지 하다.

자연의 앞에선 우리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봉정암을 지나 백담사까지의 거리는 10.6Km란다.

긴 거리이나 철책다리에 고무판을 깔아놓아 걷기는 수월하지만 그다지 재미는 없는 길이다.

그나마 비 온 다음 날이기에 풍부한 수량으로 크고 작은 폭포와 어우러진 산세가 즐거움을 준다.

영화에서 본 '오세암'을 들려보고 싶었지만, 이 길이 초행길이라 시간을 가늠하지 못해

아쉬움을 접고, 백담사로 향한다.

하산길 중간에 마주치는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빤히 나를 쳐다보기까지 한다.

귀여운 넘,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하하

시간적인 여유 때문인지 전혀 힘들이지 않고, 설악의 풍경을 즐기며 내려오니 드디어 백담사다.

백담사에는 몇 번 와 봤지만 그냥 가면 서운할 것 같아 휘리릭 경내를 둘러본다.

사람들로 복작이는 백담사를 빠져나와 비 피할 곳을 찾다 다리 밑으로 내려와서 점심준비를 한다.

라면을 끓이고 햇반을 말아 점심을 해결하니 부러울 것이 없다.^^*

 

    

    

 

 백담사에서 용대리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7Km 남짓.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걸어서 갈까 하다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용대리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보는 백담계곡의 풍경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멋지다.

어느덧 용대리에 도착하여 설악을 향했던 긴 걸음을 멈춘다.

 

날이 맑은 날에 다시한 번 오고싶다.

그때는 오세암도 들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