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선자령에 다녀오다.

 

 

ㅇ장 소 : 선자령 (1,157m)
ㅇ일 자 : 2010.1.9.(토)
ㅇ소 재 : 강원 평창 도암면, 강릉 성산면
ㅇ날 씨 : 매우춥고, 바람이 많음
ㅇ코스 구간별 시간 : 대관령휴계소-통신중계소-항공무선표지소-안부-새봉-선자령-낮은목-

                             보현사계곡-보현사-주차장

 

 

눈 산행의 설렘을 안고, 선자령을 향했다.

버스가 서울을 빠져나가
강원도를 향해 신나게 달리는 동안
나는 설친 잠을 보충하느라 비몽사몽 헤매다 보니
대관령이란다.

부랴부랴 배낭을 정리하고 스틱을 조절했다.
눈이 많다는 안내에 스패츠를 착용하고 대관령에 내려보니..
세상에나~~
끝도 없이 즐비하게 주차된 버스들로 주차장은 만원이다.
산좋아하는 사람이 다 선자령에 모였나 싶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흰색천지다.
기분이 막 좋아져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선자령엔 눈도 많았지만,
눈 못지않게 바람이 많았다.
역시, 대관령을 넘는 바람의 위력은 대단했다.
산행 내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코와 입까지 가려야 했으니까.
덕분에 사진은 보기가 더 좋다.
나이가 들면, 되도록 많이 가려줘야 예의라나 뭐라나..^^*

부지런히 사람들 뒤를 쫓아 선자령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선자령의 눈은, 서울의 눈에 비할 눈이 아니다.
발밑에서 폭삭폭삭한 느낌이 아주 좋다.
백설기를 하려 빻아놓은 쌀가루처럼 포슬포슬한 눈이 보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툭툭 털면 뽀송뽀송하니 습기없는 눈이라 산행하긴 아주 그만이다.
그렇지만, 잘 다져지지 않기에 아이젠의 효과를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

하산하는 동안 툭하면 쭈~욱 미끄러지기 일쑤니, 나중엔 그마저도 재미있다.  

 

- 어쩐지, 춥다 했어. 
  저렇게 많은 선풍기를 돌려대니 춥지 않고 배겨?

그 넓은 대관령 평원에 셀 수 없이 많은 풍력발전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저 강릉으로 날아가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선자령을 찾는 이유는
바람이 와 닿는 뺨이 시리다 못해 아리지만,
폐부 깊숙이 속속들이 들어갔나 나오는 바람이
세상이 찌든 내 속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 것이다.


바람 덕에 겨울산행의 낭만, 상고대는 기대할 수 없었지만,
지금도 하얀 벌판에서 끝없이 불어오던 바람을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