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서리산]..꿩대신 봉황을 품다.

그래, 여기쯤이면 좋겠다
내 생의 골짜기 떠돌던 바람들 모아
바람의 집을 짓는다면
물소리 벗하고 구름도 잠시 쉬는 곳
하얗게 뼈를 뉘어 하늘을 보고
밤별이 고개를 넘으면
바람소리 들려줄 수 있는 곳
어느 날 인생은 적막했다고
바람들끼리 몸 부벼 울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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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생략>

몇 년 전에 곰배령에 대한 글을 읽고, 언젠가 꼭 가봐야지, 했는데..
얼마 전 자주 가는 곳에서 '곰배령 가는 길에서/바람의 집을 짓다.' 의 윗글을 보는 순간,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여기저기 곰배령에 대한 일정을 알아보고 지인들을 꼬드겨 산행신청하고 설레며 기다렸건만,
인원 부족으로 취소를 한단다.
어째 그리도 복이 없나 몰라..ㅡ.ㅡ;

'이왕 맘먹은거 우리끼리 가자!'라 합의를 보고, 가는 날만 손꼽았다.
그러나 점봉산, 곰배령 쪽은 7월15일 이후에나 개방(것도 한시적으로)을 한다며
 지금 가면 어쩜 벌금 낼지도 모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행들과 고민을 한 결과, 그래 불법으로 곰배령을 밟느니 합법으로 가까운 곳을 택하자.
그래서 간 곳이 축령산이다.

난 축령산은 몇 번 다녀온 곳이다.
그러나 지인들은 초행지고 이번엔 서리산도 둘러볼 심산으로 택했다.
꿩 대신 닭으로 우리의 택함을 받은 '축령산과 서리산'은 닭이 아니었다.
봉황이라 해도 괜찮을 만큼 좋았다면 믿을까?
 

<야생화(위에서 아래로 : 큰까치수영, 꿩의다리, 돌양지꽃) 몇 넘과 멋진 '굴참나무'..^^>

 

산을 오르는 중에 만난 꽃의 사진을 찍으며 이름을 불러주려 하는데,
아휴~ 용량이 딸리는지 영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우리 맘대로 '범꼬리'일꺼야, 라고.
그런데, 계속 그넘이 눈에 보이자 퍼뜩 '큰까치수염(큰까치수영)'이란 이름이 머릿속을 스친다.

- 저것 이름 생각났어. 큰까치수영이야.
- 아냐, 범꼬리가 맞아.
- 아닌데...
- 그럼 둘이 팥빙수 내기해. 누가 이기든 나머지 우리는 얻어먹으면 되니까~
- ㅎㅎㅎ

이렇게 별것도 아닌 것으로 하하 호호 웃으며 산행을 하니 홀로 산행할 때는 묵묵히 정상만 바라보던 산행보다 산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꽤 심각한 토의를 하는 줄 알 거다. ㅎㅎ
다들 죽자사자 정상만 고집하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온갖 풀과 야생화, 나무를 참견해가며&nbsp; 산행을 하니 아주 여유로운 산행을 즐겼다.
산딸기도 따서 하나씩 입에 오물대기도 하고,
산행 중 만난 사진전문가(엄청 큰 카메라를 들고 있어 그리 표현한 거다)를 만났는데
그분의 '건방진 포즈'를 요구받으며, 되지도 않는 '건방진 포즈'를 취하느라 애쓰는 지인의 모습이
나머지 일행을 아주 즐겁게 했다.

처음 가 본 서리산은, 축령산에 곁들여 간 곳이지만 축령산만큼이나 내 맘에 꼭 들었다.
산길도 좋았고, 키 큰 산철쭉으로 인해 터널처럼 그늘로 내려오는 하산길도 참 좋았다.
(서리산은 산철쭉을 우리나라 지도모양으로 심어놓아 꽃이 필 때쯤 가면 아주 멋지단다)

아, 산행 후기를 써야 하는 사명감(?)을 잊고 그냥 느낌만 적어내려 오다 보니
능선에서 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이하던 그곳에 다시금 서고 싶다.


2009.7.11.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