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골]-계곡 트레킹

ㅇ장 소 : 아침가리골 트레킹
ㅇ일 자 : 2008.6.7(토)
ㅇ소 재 : 강원도 인제
ㅇ날 씨 : 맑음
ㅇ코스 구간별 시간 : 방동리-조경동 방향으로 임도 트레킹-방동약수-조경동 방동분교터-
                             계곡 트레킹-갈터도착(진동1리 마을회관)

 

연휴를 그냥 보내긴 아쉽고..
산악회 게시판을 기웃거려보니 아침가리골 트레킹이 떠 있다.
마침 주말에 비 소식도 살짝 있는 것을 보니, 트레킹은 비와도 괜찮을 듯싶어 신청을 했다.

다행히 당일 날씨는 맑음.
샌들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약속장소에 가서야 현관에 얌전히 두고 온 샌들이 생각났다.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나원참!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인사를 하고 앉자마자 차는 시원스레 북한강변을 향해 내달린다.
친구가 가져온 찐 햇감자로 우리 일행들은 아침 요기를 간단히 하고는
오늘 산행(트레킹)에 대한 기대감에 어린애처럼 마냥 즐거워한다.
산행 들머리인 방동리(인제)까지는 꼬불꼬불, 그래서 그런가 때아닌 차멀미로 속이 불편하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3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산행 들머리에 내려준다.

 

산의 능선따라 오르는 산행과는 달리 트레킹은 인내가 필요한가 보다.
널찍한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이 한없이 지루하다.
그나마 길섶에 피어 있는 야생화과 어여쁜 꽃이 한창인 고광나무를 이야깃거리로
재달 대며 지루함을 달랜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아아... 등처럼 거꾸로 매달린 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작년에 처음보고 홀딱 반했던 꽃(나무)인데, 통 기억이 안 나네.
나무이름을 기억해 내느라 끙끙…. 이젠 머리도 녹슬었나 보다. ㅡ.ㅡ; 
 

 

한참 후에서야 불현듯 생각났다.
그 이름하여 '함박꽃나무'..정말 이뿌죠?
(저 꽃을 '함박꽃'이라 하나? '함박나무꽃'이라 하나? '함박꽃나무의 꽃'이라 하나? 라며
우리 일행은 허접한 궁금증으로 지루한 시간을 잘도 떼운다.^^)

 

 

 
임도를 따라 한 시간 가량 오르니 드디어 고갯마루인가 보다.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으며 지나간다.
언젠가 축령산에서 '수해청풍'이라 명명하며 바람을 맞던 생각이 난다.
바람은 불어오기도 전에 그 소리로 귀부터 시원해진다고 했던...^^
사과 한 알을 일행 셋이 나눠 먹으며 잠시 휴식을 한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역시 지루한 임도.
우리 팀보다 더 늦은 팀과 합류…. 같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려온다.
인사도 없었던 다른 팀의 '그녀'는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나보다.
나무에 대해 얼마나 해박한지….
눈에는 익숙한, 그러나 이름을 알지 못하던 나무이름을 알려줬다.
고맙단 말도 못 했는데, 이 글을 통해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내려오니 조경동계곡이 나오고,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조경동 다리 밑의 그늘에서 점심들이 한창이다.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시원하게 맥주까지 한 잔 하니 음주 트레킹이 되는 거 아닌지 몰라~
 

     

점심을 마친 선두 일행은 벌써출발을 서두른다.
다들 준비를 잘했나? 샌들 혹은 아쿠아슈즈로 갈아신고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 준비를 한다.
세 시간 가량을 조경동 계곡길을 따라갈 것이라는 말에, 두고 온 샌들이 생각난다. 이긍!
 

  

 
아직은 물이 찰 텐데, 다들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친구와 나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걸어가 보자고 의견을 보곤, 계곡 옆의 숲 속을 걷는다.
키 자람을 한 나무들 덕분에, 한낮임에도 햇볕이 나뭇잎에 차단되어 시원하다.
숲길이 그치면 계곡의 바위를 조심스레 밟으며 걷는데,
혹여 숲길의 단절됨 또는 큰 바위가 없어 건널 수 없으면 어쩌나 싶어
눈은 늘 한참 앞을 살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준비 미흡에 따른 댓가 이리라...ㅡ.ㅡ;
 

     

 

아니나 다를까….
물가로 걷던 우리 일행이 드디어 물 안으로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되었다.
신발을 벗어 친구에게 건네고, 조심스레 건너왔건만...친구가 던져 준 내 신발이 물로 풍덩!
아흑..!
모든 걸 체념하고 등산화를 신은 채 물길을 걸으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
역시, 한 올의 짐이라도 마음에서 벗어버리면 이리 홀가분할 수가...^^
 

 

 
그때부터는 물길의 재미를 만끽하며 걷는다.
바위와 어우러져 자라는 '돌단풍'중 몇 넘은 빨갛게 물들인 넘도 있었다.
무엇이든 튀는 넘은 눈을 끌긴 하나보다.
그 작은 잎을 보고도 예쁘다며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것을 보니.
 

 

 
물길 걷는 것은 일반 산행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 수위는 무릎 아래지만, 빠른 물살과 이끼 낀 돌의 미끄러움 때문에
발을 옮기기가 수월치 않은 곳이 종종 있었다.
스틱의 도움을 이번처럼 톡톡히 받은 적은 처음인가 싶다.
(발끝에 힘을 주고 걸어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니 약간의 기분 좋은 통증이 있다.^^)

예정시간보다 한참 지난 후에야 수중보가 있는 지점이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거릴 때쯤에서야 하산지점에 도착하니, 섶다리 그림자가 비친 강물에
노을빛이 가득하다.
 

 * 사진은 거의 산악회 회원이 찍은 것을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