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우중산행의 즐거움!

 

 

 

 

* 코스 : 댓재-햇댓등-934봉-1028봉-1021봉-통골목어-1243봉-두타산(1352.7봉)-

두타산성-대궐터-관음폭포-학소대-삼화사-무릉반석-매표소

 

태풍 '갈매기'가 왔다더니,

일기예보에 맞지 않게 온종일 비와 함께한 하루였다.

비 때문에 산행을 포기할까도 했지만, 이왕 마음먹은 거 우중산행도 나름 재미있던 기억에 강행.

산행 들머리인 댓재에 도착하니 약간의 이슬비에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이내 습한 기온과 바람 한 점 없는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산길에 쉽게 지쳐간다.

두타산에 이어 청옥산까지(7~8시간 소요) 가자고 마음먹었던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힘들어 그런가 다들 말(言)을 아끼나 보다.

산행길이 조용하다.

 

높은 산에서 나무가 멋지게 자라기 쉽지 않은데,

어쩜 그리도 멋들어지게 잘 자랐는지,

그 모습이 기특하여 한참 눈맞춤 하기도 하며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댓재에서 두타산 정상까지는 약 2시간 코스인데,

비와 함께한 산행이라 그런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서야 도착.

두타산 정상에 도착하니

빗속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요기를 하고 있다.

 

잠시 요기를 하는 동안 빗방울은 더욱 굵어진다.

비를 맞으며 먹는 밥도 꿀맛이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드니, 가파른 경삿길이 이어진다.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곳도 두어 곳..

하산길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 정체도 간혹 되니 더 힘이 든다.

 

 

 

 

 

그 소리에 이끌려 바위 위로 올라가니 운무에 가려진 산세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러나 잠시, 구름이 싸~~악 지나가며 12폭의 산성이라 일컫는 비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다들 비 오는 와중에도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느라 분주하다.

카메라 없는 아쉬움을 휴대전화기에 붙은 카메라로 몇 장 담지만,

그 멋진 모습을 눈과 마음에만 담는 것을 허락할 뿐, 자연은 이내 안갯속으로 가둬버린다.

 

하산길이 길어서 그런가, 한없이 지루하다.

그리고 종아리는 벌써 기분 좋은 통증이 시작되었다.

 

길 한편에 비켜서서 사과 한 쪽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깐의 휴식을 하고,

하산을 서두르지만, 마음만 바쁠 뿐 몸은 뒤에서 누가 매달려 있기라도 하듯 느리다.

 

 

    

 

    

 

 

지루한 하산길 내내 쭉~뻗은 미인송(금강송) 보는 재미덕분에,

안개때문에 조망 없는 산길이 그나마 즐거웠다.

같은 소나무인데도, 어떤 녀석은 새초롬하니 날씬한 모습이 어여쁘고,

또 어떤 녀석은 늘씬하면서도 듬직한 모습이 멋진 느낌이기도 하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멋지게 키자람 한 나무를 보니,

내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투덜대는 내 모습이 대비되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한 시간 남짓 내려오니 물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무릉계곡인가 보다.

투명한 계곡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계곡은 땀과 비에 젖은 몸을 씻으며 사진을 찍느라 시끌벅적이다.

나도 세수를 하고, 흙탕물로 범벅된 다리와 등산화를 씻어내니 한결 개운하다.

 

드디어 산행시작 여섯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하산지점인 무릉계곡 매표소를 빠져나온다.

길 왼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삼화사' 담장엔 능소화가 활짝 웃고 있다.

 

 

 

* 능소화는 볼 때마다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 버벅댄다.

나원참! 어려운 이름도 아니구먼...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