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의 가을배웅..

 

 

오랫동안 산행을 못해서 그런가

산이 그립다.

아니, 산이 그립다기보다

숲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오후 느즈막…,

집에서 가까운 남한산에 갈까..했더니

웬일인지 선뜻 따라나서겠다는 신랑.

커다란 배낭(약속 릴레이로 받은)에 물과 사과 하나, 그리고 카메라만 챙기니 헐렁하다.

그 모습을 본 신랑이 구스다운을 배낭 안에 집어넣으며 한마디 한다.

 

- 아무리 후딱 다녀올 낮은 산이라지만 배낭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지~

- ..........ㅡ.ㅡ;

 

    

    

 

며칠째 이어지는 뿌연 안개 때문에

어제 새벽에도 물안개를 못 보았는데,

오늘 산에서도 그다지 시야가 좋지 않다. 

 

늦은 오후라 그런가, 안개 가득한 날씨가 그런가…

힘 잃은 가을 햇살은 나뭇잎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단풍을 기대했는데,

나무들은 벌써 겨울준비를 하고 있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진달래의 단풍이 고맙다.

   

    

 

잠시 쉼을 하는데

박새(정확하진 않다, 확인을 요함)가 내 앞에 와서는 날아가지도 않고 종종댄다.

먹을 것 좀 나눠 먹자는 뜻인가?

아마도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듯하다.

 

누군가에게 길들인다는 것은

상대의 눈으로 보면 가끔 이렇게 구차해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늦은 오후의 산행은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나무들의 겨울채비를 보면서

너무 바삐 살아가는 내 삶을 뒤돌아 보며, 한 탬포의 여유를 가졌다.